_ 단어에 담긴 K양의 마음
[마음을 읽는 글쓰기]프로젝트에 참가한
K양은 30대 중반의 평범한 미혼 여성입니다.
'평범'이란 단어 안에는
요즘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뜻이죠.
"장가갈 수 있을까?"란 커피소년의
노래를 깊이 공감하면서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사랑스러운 외모에 악기까지 연주하니
남자들이 줄을 설 것 같지만 아직 그녀는
남자친구라 부를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특히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 남자면
더욱 그랬습니다.
"소개팅에서 남자가 질문을 하면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물으면
제가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질문을 받고 갑자기 생각하려니
잘 정리가 되지 않고요."
K양은 질문에 머뭇거리며 당황한 순간을 떠올리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K양은 스스로에게
잘못된 이름표 하나를 붙여준 듯 보였습니다.
'나는 말을 조리 있게 못해.'
그녀에게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말도 조금 더 잘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음을 얘기해주었습니다.
[마음을 읽는 글쓰기]에서 글쓰기만이 아니라
K양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쓰기에 대해서
K양은 관심과 욕심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말하기 쑥스러웠을 텐데
저에게 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할 정도니 말이죠.
"카스나 블로그에 제가 보고 느낀 것을 적어서
공유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그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고 나면
제 느낌이나 생각을
지워 버릴 때가 많아요.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이 돼요.
K양처럼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을 쓴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지요.
공감은 진정성에서 나오고,
진정성이 담긴 글을 위해서
때로는 '벌거벗은 것 같은 속마음'으로
글을 쓰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해요.
하지만 일단은 공감도, 진정성도 아닌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즐기다 보면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레 잘 정리된 글을 쓸 수 있게 되니까요.
[마음을 읽는 글쓰기]의
첫 시간인만큼 마음과 글쓰기의
준비 운동이 필요했습니다.
시집 두 권을 K양에게 내밀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마음 따뜻해지는 피천득님의 수필집과 서정윤 님의 <홀로서기>였지요.
피천득 님의 책에는 따뜻한 일상의 단어가
담겨 있고, 서정윤 님의 시집에는 마음을 표현한 단어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K양에게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뽑아보도록 했습니다.
K양은 4개의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경쾌한. 매력. 처음. 회상
그녀가 선택한 단어들은 보이지 않던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경쾌하고 밝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에게 그런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에게 그런 매력이 있을까요?
사랑하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고백했던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난 매력이 없는 걸까요?
예전에 있던 일들이 떠오르면 후회가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할 걸."
아무 생각 없이 20대를 보냈다던
그녀는 이제 자신을 들여다보며
깊이 알아가는 시간에 한발 들어서
있었습니다.
[마음을 읽는 글쓰기] 두 번째 시간에는
그녀의 마음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 보고 얘기를 나눌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K양이 고민하던 '매력'에 대한 글을 써오는 것이었습니다.
'매력'에 대해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 내 마음을 읽어보기 위한 짧은 글쓰기 tip >
글 쓰는 일이 낯선 분들에게는 글 쓰는 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영~ 어색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려운 일이죠. 글쓰기도, 마음 들여다 보기도 '거리'가
있으면 훨씬 시작이 쉬워질 거예요. 잠도 안 오고 정말 심심하고 연락할 사람도 없는 밤,
한번 이렇게 놀아보세요.
하나) 집에 있는 책 한 권 선택해요
어떤 종류의 책도 좋아요. 읽어나 읽지 못한 책도 괜찮아요
둘) 책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를 선택해보세요
여기서 포인트는 '신중한 선택'이 아니라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입니다.
3~4개 단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셋) 이제 내가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끄적여 보세요.
"그냥"이란 문장만 적게 된다면 그 단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 보세요.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좋아요. 메모처럼 끄적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답니다.
넷) 적은 글에 대해서는 판단비판 중지. 그냥 묵혀두세요. 한 달, 두 달 후에 다시 읽어보세요.
그럼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스스로 설명을 들려줄 거예요.
* [마음을 읽는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과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수업 후 참가자 혼자서도 글을 쓰며 수시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에요.
(궁금한 점 혹은 나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하는 분은 메일 주세요. kisel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