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설거지를 하다 손톱 안의 속살이 비었습니다.
엄지손톱 안쪽에 붉은 피가 고입니다.
눈물 찔끔 흐를 만큼 욱신거리고 아렸습니다.
'이런!
나의 소중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아프게 한네 놈을 찾고 말 테닷!'
닦던 그릇을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지손톱 안까지 들어온
칼처럼 날카로웠던 범인은
바로 그릇에 붙어 있던 바짝 마른 밥알!
몇 시간 전,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던
고슬고슬하고 촉촉했던
그 밥알이 아니었습니다.
살갗에 상처를 낼 만큼 밥알은 어느새
바짝 말라 날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웠던 밥알도
수분을 잃으니 이렇게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는구나.
설거지를 하는 내내
수분을 잃어버린 마음으로
내뱉었던 문장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했던 말이 바짝 마른 밥알처럼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냈구나. 미안해'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허공에 대고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하지만,
옥상달빛의 노래 가사처럼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어떻게 마음에 수분을 늘 머금고 살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촉촉한 마음으로 살아갈 자신도 없습니다다.
그저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약한 자의 변명 같은 것뿐입니다.
마음이 바짝 마른 밥알처럼
날카로워졌을 때는 이제 도망칠 거야.
침묵 속으로.
아무도 없는 무중력의 지대인 내 방으로.
밥알에 수분을 공급하며
다시 부드러워질 때까지 기다릴 테야.
그래서 '희한한 시대'에 사는 당신과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고독해질 필요가 있나 봅니다.
오른쪽 엄지손톱 사이의 속살이
따끔거릴 때마다 확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내 마음은 건조하게 말라버려
날을 바짝 세운 밥알인지,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부드럽고 촉촉한 밥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