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문학상 최우수상 동화
동남아 5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남국문학상에서 동화부문에 최우수상을 탔습니다.
동화작가로 등단했습니다.
박수 한 번 주세요!!!
저에겐 더없이 기쁜 일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생각을 하다가 최대한 저의 기쁜 마음이 전달이 되게 알려드리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 그리고 브런치에서 글을 읽어 주시는 구독자분들은 그 마음을 잘 이해해주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좋아서 글을 쓰지만 이런 기쁨이 있으니 기회로 삼아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가 생깁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되었기에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 구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3회 남국 문학상(동남아 5개국) 수상자 발표 - https://www.voicesg.net/community/jayu-gesipan/je3hoe-namgug-munhagsang-dongnama-5gaegug-susangja-balpyo
“콩이야 잠잘 준비해야지. 곧 잘 시간이야”
냉장고 정리 중인 엄마는 책상에 앉아 색칠하기에 한창인 나의 방을 향해 큰 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시계가 9시를 가리켰어요.
“여보, 나 이것 마무리 해야 되니까 콩이 잘 준비 도와줄래요?”
“알았어요. 콩이야, 색칠 마무리 하고, 손씻고 이닦고, 잘 준비하자.”
아빠는 내 방으로 와서 내가 색칠하고 있는 그림을 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콩이는 얼른 책상 위에 있는 스케치북을 덮고 색연필과 싸인펜을 정리하고 아빠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어요. 손에 비누칠을 하고 손을 꼼꼼히 씻었어요. 치약을 묻혀 이도 닦았지요. 그 모습을 아빠는 화장실 문에 기댄 채 흐뭇하게 바라보셨어요.
“아빠, 이제 다했어요. 잘래요. 아빠, 나는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왜 콩이가 내일이 빨리 되었으면 할까? 콩이가 얼른 꿈나라에 다녀오면 내일이 빨리 되겠는걸. 기분좋은 생각하고 자자. 그러면 꿈에서도 기분이 좋을거야.”
아빠와 나는 나의 방 침대로 향했습니다. 나는 누웠고 아빠는 나의 침대에 걸터 앉으셨습니다.
“콩이는 무슨 생각하면서 잘거야?”
“아빠, 나는 오늘 점심에 있었던 일. 할아버지 생각요.”
“오늘 점심? 무슨 일인데? 아빠가 궁금하네.”
“할아버지랑 병원 놀이 한거요…”
‘사실 아빠, 내가 할아버지에게 미안했다고 말을 해야 되거든요.’
나는 아빠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어요.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고 있었지만 나의 꿈 속에서는 나를 어제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와 특별한 사이입니다. 할아버지는 내게 친구가 되어주셨다가 엄마, 아빠가 되어주셨다가 마트 주인아저씨가 되어주셨다가 나의 병원에 환자가 되어주시기도 하시기 때문이예요.
어제는 할아버지가 내 병원의 환자로 오신 날이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 집에 작의 방에서 나의 빨간 왕진 가방을 가지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나는 의사 가운도 나의 옷 위에 덧입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헌 와이셔츠는 나의 의사 가운입니다.
내가 방에서 걸어 나오면 할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의사선생님,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어서 앉으세요.”
나와 할아버지의 병원놀이는 시작을 합니다.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나는 할아버지에게 먼저 묻습니다.
“오늘 날씨가 추운데서 좀 떨었더니 기침을 해요. 으실으실 몸이 추운 것이 몸살도 난 것 같아요. 선생님.”
“아니 왜 추운데 가셨어요? 먼저 진찰을 하고, 열을 재 볼게요. 할아버지는 혈압도 재야 합니다.”
나는 의사 왕진 가방에 있는 모든 도구를 꺼내서 청진기를 할아버지 배에 가져다 진찰을 하고, 체온계를 할아버지 귀에 가져다 체온을 재고, 할아버지의 팔에 혈압계도 둘러서 혈압을 쟀습니다.
“환자분, 입도 벌려 보세요. 목이 부었나 봐야 하니까요.”
할아버지는 내 말에 맞게 입을 크게 벌리셨습니다. 나는 바닥에 앉아있는 몸을 반쯤 일으켜 할아버지 입 속을 보기 위해 할아버지 쪽으로 얼굴을 가져가는 순간,
“뽕~~~”
방귀가 나의 엉덩이에서 새어 나왔습니다.
나는 부끄러웠고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의사선생님, 방귀를 뀌셨네요. 허허”
하면서 슬쩍 웃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창피했습니다.
“환자가 그런 말을 하면 되나요.”
나는 할아버지가 나를 놀리는 것 같아 얼굴이 불거졌습니다.
나는 왕진 가방에서 꺼내 놓은 진료 도구들을 다시 가방 속에 넣었습니다.
“아니 선생님, 저 진료해주시고, 약도 주셔야죠. 왜 가방은 챙기세요?”
“……”
아무 말 하지 않고 짐을 챙기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는 나의 기분을 눈치 채셨는지
“의사선생님, 환자가 주책이네요. 귀여워서 얘기한 것이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나봐요. 미안합니다.”
할아버지는 나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이야기 했지만 나의 마음은 금방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퇴근하는 엄마가 올 때까지 뾰로통하게 소파에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유치원 가방에서 식판을 꺼내 넣으려고 가방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크림빵 2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아는 할아버지.
크림빵을 본 순간 할아버지가 생각났고, 나의 가방에 크림빵을 넣어 놓으신 것이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순간 할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온 것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댁에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할머니, 나 콩인데 할아버지 좀 바꿔주세요.”
“할아버지? 왜? 할아버지 오늘 일찍 주무셔. 감기 기운이 있으신지 약 드시고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셨어. 아까 콩이 가자마자 주무시는데. 왜? 할아버지한테 할 말 있어? 그런데 콩이, 저녁은 먹었어?”
“할머니, 나 저녁 먹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한테 할 말이 있어요.”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전해줄게.”
“아니, 내가 내일 할아버지한테 말할게요. 할머니 잘 자요.”
나의 오늘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할아버지도 보고 싶어졌고, 내일이 빨리 기다려졌습니다.
나의 방 창문에 커튼 사이로 비집고 제일 먼저 들어오는 손님은 쨍한 눈부신 햇살입니다.
오늘이 되었습니다. 어젯밤 기다렸던 내일이었는데 한 밤을 자고 나니 오늘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유치원 마치고 할아버지 집에 가면 꼭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지.’
나는 아침밥을 먹으며 식탁 위에 있는 목에 좋은 사탕을 손으로 한 주먹 쥐어서 가방에 넣었어요.
나는 유치원이 끝나고 할아버지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큰 소리로 말을 했어요.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 왕진 왔어요.약도 가져왔어요.”
“우리 콩이, 오늘은 할아버지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데리러 못 갔네. 유치원 버스 타고 잘 왔어.”
거의 매일 보는데도 한결같이 나를 반갑게도 맞이해 주셨어요.
“할아버지, 버스타고 약 가지고 왔지요.”
나는 나의 가방에 있는 목에 좋은 사탕을 할아버지에게 한 주먹 건냈어요.
“아이고, 우리 콩이, 고마워라. 할아버지 이거 먹고 목도 좋아지고 감기도 싹 달아나겠네.”
할아버지는 나의 손에 가득 있는 사탕을 받아 들고는 너무 기분 좋아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어제 미안했어. 콩이 기분 상하게 한 거.”
“아니야, 할아버지, 내가 삐져서 할아버지한테 미안해요.”
나는 어제 못한 말을 할아버지에게 건냈어요.
“아니야 아니야, 그럴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할아버지, 나 어제 크림빵 한 개 먹었어요. 나머지 한 개는 내일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어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나도 우리 의사선생님에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오늘은 왕진을 몇 시에 오시려나. 금방 오실 것 같긴한데.”
할아버지는 거실 바닥에 앉으셔서 내가 들릴 정도로 크게 말씀하셨어요.
“거의 다 왔습니다. 손 씻고 갈게요.”
나는 얼른 손을 씻고 나와 작은방에 있는 나의 빨간 왕진 가방을 챙기고, 흰색 할아버지 와이셔츠를 입고 나왔어요.
나는 또다시 할아버지와 병원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오늘은 할아버지 무릎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어제와 비슷하지만 기분이 좋은 오늘입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주는 거실에 앉아 빨간 왕진 가방을 열면 마음이 간질간질 행복해집니다.
나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빨간 왕진 가방에 가득 담고, 내 마음 속에 꾹꾹 눌러 저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