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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Jan 11. 2023

이삿날엔 자장면 대신 무얼 먹죠?

싱가포르에서 이사비용

이사할 집을 결정하고 나서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가지고 있는 짐이다.

생활을 할 땐 생필품이지만 이사를 할 땐 그저 짐일 뿐이다.

'이걸 버려? 말어?'를 수도 없이 생각하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이사만 8년에 3번을 하고 해외이사 포함하면 4번의 이사를 했다. 이쯤 되면 이사 시스템이나  짐 싸는 것은 남다른 솜씨를 보일만 하다. 이사를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하는지, 짐을 어떻게 박스에 싸야 짐 싸기가 편한지 노하우가 생길 만도 하다.


싱가포르는 8년 전과 다르게 변하여 생활이 편리해진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려고 할 때 8년 전에는 전화를 해서 택시를 예약했었는데 지금은 Grab이나 Gojek 같은 앱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여 그것으로 편하게 택시를 잡는다. 마트 가서 장 보는 것도 과거에는 한국마트가 별로 없었으니 몇 개 대표적인 한국마트에서 주문을 하고 그들의 배송시간에 맞춰 집에서 기다렸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한국마트가 많이 생겼고, 심지어 로컬마트에 한국제품 코너가 있다. 그래서 그곳에서 직접 사거나 아니면 아마존이나 레드마트 같은 곳에서 주문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왜???

모든 것이 발달하였는데 싱가포르의 이사는 8년 전과 비슷하게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 이해가 가진 않지만 이유는 들어서 대략 알고 있다. 싱가포르는 각 가정에 가사도우미가 같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스를 주면 가사도우미인 헬퍼가 알아서 짐을 잘 싼다고 한다. 어차피 이사를 하고 나서도 그들이 짐을 풀어서 제자리에 놓아야 하기 때문에 포장이사가 있어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이사업체로 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이사는

이사할 가정에 헬퍼가 있는지,

박스에 싸야 할 짐이 어느 정도인지,

높은 가격의 가구와 물건들이 있는지,

깨질 물건들이 얼마나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에 따라 어느 정도 이사가 힘든 일이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 싱가포르에서 이사를 하는 절차

첫째, 한 달이나 빠르면 두 달 전에 이사업체로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견적을 받는다. 이사업체에서 한 명이나 두 명이 와서 집안을 둘러보고 큰 가구들을 체크하고 나머지는 박스로 견적을 낸다. 짐이 별로 없을 경우 업체에 따라서 전화를 견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covid-19 이후 직접 방문을 하지 않고, 가구들이나 가전제품 같은 큰 목록들을 사진을 찍어서 이사업체에 보내면 견적을 내주기도 한다.

둘째, 포장이사를 원하면 견적을 볼 때 포장이사를 원한다고 얘기하면 된다. 업체에 따라서 $500에서 $800을 더 내면 가능하기도 하고, 어느 이사업체는 한 박스당 $10불씩(한국돈으로 약1만원) 받기도 한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은 박스를 포장할 때도 $10이고 박스를 풀어서 짐을 내놓을 때도 $10불씩 계산을 한다.

셋째, 이사업체를 결정하고 나서 디파짓을 내면 박스를 가져다준다. 대략 박스 디파짓은 $200(20만원 정도)이다. 그러고 나면, 60박스에서 100박스 빈 박스, 스카치테잎, 에어비닐, 종이를 가져다준다. 그러면 그때부터 집에 있는 것들을 박스 안에 집어넣으면서 짐을 싸면 된다. 깨지면 안 되는 것은 에어비닐 같은 것을 사서 포장한다.

넷째, 이사당일 8am~9am 이사업체에서 사람들이 오는데 이삿짐의 양에 따라  5명에서 9명까지 와서 짐 나르기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이곳에는 랩(비닐)을 많이 사용한다. 수레 같은데  박스를 쌓아 올리고, 박스가 넘어지지 않도록 랩으로 돌린 후 이동한다.

다섯째, 이사할 콘도에 미리 도착해서 큰 가구를 놓아야 할 곳만 알려주면 큰 가구들은 그곳에 놓아주고 침대는 설치해 준다. 나머지 박스는 그냥 거실에 쌓아놓고 간다. 포장이사의 경우 박스를 풀어주지만 옷 아무렇게나 걸리고 짐이 뒤바뀌어 결국엔 다시 정리해야 했다. 대략 3pm정도에 다 끝나고 이사가 다 끝났는지 확인하고 잔금 확인 후 돈을 지불하면 된다.

여섯째, 박스는 짐 정리되는 대로 집 앞에 놓고 업체에 전화하면 수거해 간다. 박스도 디파짓이 있기 때문에 분실하거나 파손하면 안 된다.


100박스 정도에 큰 가구와 가전제품(피아노, 장식장, 콘솔, 침대 3개, 책장 3개, 장식장, 소파, 식탁, 화장대, 김치냉장고, 책상 2개, 원탁테이블, 대형액자 외)

이 정도의 짐의 양은 대략 방 3개가 있는 콘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견적 받은 일반 이사 비용은 대략 $2500~$3800(한화 약 250만원~380만원)정도였다. 일반 이사라 함은 위에 큰 가구와 전자제품은 옮겨주고, 나머지 것은 미리 가져다준 박스에 직접 짐을 싸아 놓는 이사를 말한다.


업체마다 가격차이가 많이 나고, 서비스도 다르게 때문에 세 곳 정도의 견적을 받는 것이 좋다.


짐이 별로 없는 경우는 $500 정도에도 가능하다. 시간당으로 이사하는 업체도 있어서 큰 가구들이 없는 경우는 더 저렴하게 가능도 하다.

집에 중요물품이 있는 경우 따로 보험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이사하다보면 가구가 파손되거나 그릇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스를 만들어 테이프를 붙여 단단하게 한 다음 짐을 넣기 시작한다.
박스안에 짐을 다 넣어서 테이핑을 한 후 거실 한 쪽에다 쌓아 놓으면 이사업체 사람들이 나르기 시작한다.
헹거를 신청하면 옷 장의 옷은 헹거에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한 보름에 걸쳐 박스를 풀면서 이삿짐을 정리한다.

짐을 빼낸 빈 박스를 테이핑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을 떼어내고 접어서 집 밖의 공간에 쌓아놓은 후 이사업체로 전화를 하면 그들이 수거를 해 간다. 100박스 중 대략 90박스 정도 있으면 디파짓을 돌려준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은 우리 집의 이사는 박스를 만들어 거실의 한쪽에 놓아두고, 빈 박스를 하나하나 가져다가 자신들의 짐을 담고, 그 짐을 테이핑 해서 다시 쌓아 놓기까지 그야말로 이사업체 사람들의 수준으로 능숙해졌었다.

콩이(딸의 애칭)와 쏭이(아들의 애칭)가 하교해서 오면

“오늘도 또 짐 싸?”

박스 지옥이라면서 힘들어했었다.




이사를 마치고 나면 대략 2pm~3pm

거실과 방마다 쌓여있는 박스를 보면 한 숨부터 나오지만 점심때를 지났기 때문에 배가 너무너무 고파진다.

한국에서 이사한 다음 중국집에 자장면을 배달시킨 것이 그리워진다.

이사하면 자장면.

뱃속에선 너무 절실하지만 시켜 먹기엔 브레이크 타임이고, 외식하자니 일의 흐름이 끊어져버린다.

자장면 대신 자장라면.

쌓여있는 박스 사이로 길을 만들어 대 냄비와 그릇 찾아 물을 올린다.

자장라면 수프 냄새가 지쳐있는 내 몸 구석까지 느껴지면서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한다.

자장라면을 담은 그릇이 식탁 위에 놓였다. 지인이 가져다준 포기김치와 밥은 김밥으로 식탁을 채우니 보기만 해도 뿌듯했다.


젓가락을 든 손이 살짝 떨렸다.

배가 무척 고파봤던 사람은 경험이 있지 않나!

극도의 배고픔이 가져오는 손의 떨림~

자장라면을 입에 크게 한 젓가락 넣는 순간, 

단맛이 가미된 짠맛이 입안 가득 채워졌고, 씹을수록 면의 단 맛이 의 떨림을 잠재웠다.

그래, 이 맛이지!

MSG와 나트륨이 가득한 맛이었지만 이사한 날 자장라면은 우리 가족에게 더 말할 나위 없는 훌륭한 메뉴였다.

이사를 무사히 마친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부른 배의 무게 때문에 등을 어디라도 붙이고 싶어 졌었다.

자장면이 아니라면 자장라면.

That's enough!

맛있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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