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자폐스펙트럼 수업 다섯 번째 이야기
하얀 티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나의 손을 잡고 입실하였으나 세아(가명)는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아기 때 예방접종 맞추러 병원을 가면 그 냄새만으로 병원을 감지하는지 아님 분위기로 느끼는지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마냥 그녀는 수업하러 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느꼈나 보다.
나는 세아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수업하는 직업이다 보니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정말 많다. 가요가 아닌 동요라도 반주 있고 간주 들어가고. 제대로 노래를 불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훨씬 많다. 늘 느끼지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신이 난다. 생목소리로 고음을 내야 하는 경우엔 가끔 나 또한 현타가 화서 웃음이 날 때가 있고 그런 상황도 즐겁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노래만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박수를 치기 사작한다. 노래는 그녀와 나 모두를 흥겹게 만든다. 고음에서 삑사리가 나면 어떠하리. 세아가 좋아하면 그만이다. 노래가 시작되면 박수를 쳐야 된다는 것은 그녀가 그동안 학습되어 온 것이다. 나도 덩달아 노래를 부르면서 박수를 치고 웃게 된다. 그러면 그녀도 박수를 치면서 웃는다.
노래는 박수를 불러일으키고, 박수는 미소를 가져오고, 미소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나는 너의 기분을 살피게 돼
몇 분 만에 그녀의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4회기 동안 배우고 복습한 일상생활훈련을 테스트하였다.
바지 벗고 입는 것 가능했다. 여러 번의 언어적 지시가 필요했다. 그러나 바지를 입고 뒤로 손을 가져가 엉덩이 쪽에 바지를 올리는 것까지 가능했다.
윗도리는 머리만 찾아 구멍에 머리 걸쳐주면 스스로 머리를 끼웠다. 그리고 난 후 손을 찾아 넣을 수 있었다.
가방에 자신의 물건을 넣고 빼는 것이 가능하였다.
양말 신고 벗기 중 벗기는 되었지만 신기는 발 들기가 되지 않았다. 2회 차때 되던 양말 신기는 그동안의 연습 부족으로 되지 않았다.
물 따르기는 물을 따른 후 물병을 쓰려 뜨려 놓았다.
소근육과 눈손 협응을 위한 벨크로 테이프 연습을 하였다.
벨크로테이프 연습판을 30cm 정도로 만들었다. 테이프의 끝을 인지하고 잘 떼어질 수 있게 끝을 까끌까끌한 면을 조금 접어주었다.
처음에는 1cm 정도밖에 못 떼고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세아(가명)의 손을 잡고 한 번에 쭉 떼는 연습을 여러 차례 하였다. 그 후 혼자서 힘을 끝까지 주고 떼는 것을 성공하였다.
나는 그녀의 볼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그녀가 새로운 활동을 몇 번의 연습 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칭찬받아 마땅했다. 나의 칭찬을 받을 때 그녀는 미세한 얼굴 표정의 변화가 있다. 칭찬을 안다. 그런데 오늘은 얼굴 표정의 변화가 더 나타났다. 입꼬리 끝이 더 올라갔다.
아직 왼손은 판을 잡고 오른손을 움직이는 즉, 왼손과 오른손이 분화된 활동을 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연습이 필요하긴 하다. 이 활동이 잘 이루어지면 후에 벨크로 테이프로 된 운동화를 들고 한 손으로 운동화를 잡고 한 손으로 테이프를 뗄 수 있으며 운동화를 스스로 신을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휴지 끊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휴지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화장실에 갈 때 화장실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자신이 필요한 칸 수만큼 사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지 몇 칸이 필요한지 생각한 다음, 칸 수를 센다. 필요한 만큼의 휴지 윗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필요한 힘을 주어 휴지를 끊는다.
세아는 휴지를 한 손으로 잡기는 하나 필요한 만큼의 생각을 할 수 없고, 다른 한 손으로 붙잡지 않기 때문에 휴지가 그냥 훅 풀어져 버렸다.
곽 티슈의 경우에는 필요한 만큼 수를 세면서 빼는 연습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쉽지만 모든 상황에서 곽티슈만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녀는 필요한 만큼 휴지의 킨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휴지의 세 칸마다 빨간색으로 선을 그어줬다. 단서를 줬다. 빨간색 선을 사이에 두고 양손으로 휴지를 잡은 후에 한 손에 힘을 주어 휴지를 끊는 연습을 여러 차례 했다.
플레이콘 붙이기
여러 색깔의 플레이콘을 플라스틱 통에 담았다. 나는 먼저 시범을 두 개의 손가락을 이용해서 플레이톤을 집은 후 물에 플레이콘 끝을 적시고, 종이에 붙였다. 그 후 그녀의 손을 잡고 똑같이 몇 번의 반복을 했다.
그 후 나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플레이콘만 플라스틱 그릇에 담았다. 파란색 플레이콘을 들고, 그녀에게 같은 색의 플레이콘을 들게 했다. 그녀는 파란색 플레이콘을 집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란색 플레이콘도 집었다.
그녀가 숫자나 그림이나 색깔을 인지하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 어떤 때는 맞추고 어떤 때는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기분에 따라 그러하다고 세아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그 말씀도 맞는 말씀이기는 하나 인지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