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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Apr 18. 2024

중고 마켓에 이런 일도 있네요

싱가포르의 당근마켓 carousell

드라마에 나올듯한 캐릭터를 가진 J는 나의 절친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동그란 그녀는 러시아 전통 목각 인형처럼 생겼고 하얀 피부에 긴 머리 뽀글 파마가 트레이드마크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의자에 앉아 출입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 대학 다닐 때 그녀는 10미터 밖에서도 그녀가 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 색감의 옷들을 선호했고, 그녀가 지나가면 종종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었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을 때쯤, 문이 열리고 그녀가 환한 미소로 내 이름을 부르며 걸어왔다. 오늘은 초록색 싱그러운 봄처녀였다. 초록색 니트를 입고 초록색 가방을 달랑달랑 들고 나왔다.

“와우~ 더 이뻐졌네. 쩡이. 오우~ 에르메쓰~”

“어~ 너 어떻게 알았어. 난 몰랐었는데~”

J는 내가 에르메스를 말하자 눈동자가 커지며 할 말이 많은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에르메스는 없어도 에르메스는 알쥐~”

나는 그녀의 말에 물고를 터주었고 그녀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 이거 당근마켓서 7만 원에 주고 산 거야. 에르메스 A급이라고 올라왔었는데 난 에르메스가 뭔지도 몰랐잖아. 그냥 색깔이 이쁘고 요즘 작은 가방이 유행이라길래 사려고 했는데 이게 딱 당근마켓에 올라온 거야. 그래서 내가 얼른 찜했지. 원래 이 가방 주인은 21만 원 주고 산 건데 7만 원에 파는 거라고 올라오는 글에 내가 제일 먼저 연락해서 산 거야. 예쁘고 거의 새 거라 샀는데 직장 샘들도 물어보더라. 에르메스 샀냐고 ㅎㅎㅎ”

그녀는 간략하게 가방 스토리를 얘기했다.

“우와 잘 샀네. 일단 이뽀. 너한테 잘 어울린다. 스웨터하고 딱인데.”

그녀가 입은 초록색 니트와 가방을 아주 찰떡처럼 잘 소화하고 있었다.

“당근마켓 완전 좋아. 이게 동네끼리 하는 거라 더 괜찮아. 나 이 초록색 스웨터는 오천 원.”

그녀의 당당하고 알뜰한 소비에 나는 한동안 푹 빠져버렸다. 나는 당근마켓의 궁금함을 쏟아냈고, 그녀는 당근마켓의 스토리를 쏟아냈다.

J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을 몰라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신을 명품화시켰었다. 소위 말해 따라쟁이가 아닌 개성파. 게다가 명품 목소리를 지닌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팬이 되곤 했다. 그 목소리로 당근마켓에서 몇 천 원, 몇 만 원에 이르기까지 사고 판 스토리를 이야기하더니 급기야 자신은 당근마켓의 온도가 최고점이 되어있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싱가포르에도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다. 한국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국촌에 삽니다 팝니다 그리고 carousell.

한국촌은 주로 한국 사람이 이용하고 Carousell은 나라 상관없이 싱가포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애용한다.

한국촌은 싱가포르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접하는 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 소식에 관한 주요 공지사항부터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지식 Q&A, 집 구할 때 참고하는 부동산,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직장 구인 구직, 맛집정보, 동호회 등 다양한 영역이 한국촌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중 벼룩시장 코너는 하루에 10건 이상씩 올라오고 거래가 활발하다.

이사로 인해 가구류, 전자제품류, 도서류는 비교적 많이 나오는 제품들이다. 해외이사로 인해 좋은 가전제품이나 가구류를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싼 가격에 득템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촌 사이트에 벼룩시장


내가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한국촌에서 구입한 것이 아이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책은 벼룩시장에서 사는 것을 강추한다.

한국에 당근마켓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을 10여 년 전 한국촌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해외생활을 하는데 생필품이며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팔지 않아 구매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한국촌은 종종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살 수 있어서 물건 구입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구입가격보다 저렴하게 나오니까 잘 구입하면 정말 경제적인 것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 나오면 인기가 좋아 금방 팔렸다.

중고와 새 제품과 그냥 드림으로 나뉘는데 중고 같은 경우에는 새 제품이 아니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다.


#좋은 사례

나는 나이 들면서 점점 늘어만 가는 옆구리살에 훌라후프가 필요했었다. 안쪽에 돌기가 있는 무거운 훌라후프를 사고 싶었는데 어느 날 한국촌에 아주 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누군가 올려놨길래 얼른 산다고 연락을 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 사러 갔었다. 초행길이라 물어물어 가서 그 집에 도착했을 땐 더위와 갈증으로 아랫배가 쏙 들어갔을 즈음 판매하시는 한국분이 더운데 먼 곳까지 오느라 힘드셨겠다며 냉장고에 있는 코코넛을 따서 나에게 건넸다. 싱가포르에 와서 처음 먹어 본 생코코넛은 감사한 마음에 더 시원하고 달게 느껴졌었다.


#안 좋은 사례

집에 금고가 필요할 것 같아 금고를 알아보던 중 한국촌에 작은 금고가 올라왔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정말 먼 곳이었다. 갈까 말까 하다가 가기로 마음먹고 전철과 버스를 타고 그곳에 도착하였다. 금고를 가지고 나온 주인은 생각보다 어려 보였다. 그녀는 금고를 보여주면서

“이게 번호 누르는 것이 고장 났어요. 열쇠만 돼요.”

그 순간 너무 황당했다.

“금고가 번호로 안 열린다고요? 그럼 기능이…”

나는 난감한 표정과 할 말을 잃었다. 멀리까지 간 나의 시간과 노력이 짜증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얘기를 해주셨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나는 그것을 못 산 것보다 그곳에서 또 집까지 갈 생각을 하니 화가 나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을 더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안 사셔도 돼요. “


Carousell은 스토어에서 앱을 깔아 로그인을 하고 사용하면 편리하다.

맨 위 상단에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물건을 입력하면 그 물건과 같은 물건 그리고 비슷한 카테고리의 물건들이 검색이 된다.

내가 찜해 놓을 물건이 있으면 ♡를 누르면 되고,

판매자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풍선 모양을 누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이트라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분 단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좋은 점은 내가 찾던 물건과 비슷한 물건을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다.

첫 화면
여러 물건들


#carousell 에피소드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쏭이(아들의 애칭)는 2년도 안 되는 동안 이어폰을 3개는 망가뜨렸다. 이유는 다양했다. 첫 번째 이유는 헤드폰을 사주었는데 머리 위의 플라스틱이 부러져서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헤드폰을 끼고 수업을 들으니까 땀이 차서 귀에 닿는 부분을 빨아야겠다며 커버를 벗겼는데 다시 끼울 수가 없어 끼우려고 하다가 고장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는 귀에 쏙 들어가는 이어폰을 사주었는데 한쪽이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나는 또 사줄 수 없다는 의지를 쏭이에게 강하게 이야기했다.
쏭이는 콩이(딸의 애칭)인 누나와 며칠을 쑥덕거리더니
“엄마, 누나가 carousell에서 괜찮은 아이폰 찾아놨어. 새 거 가격은 30만 원 정도 하는데 20만 원 정도래. 엄마 이번엔 정말 정말 잘 쓸 거야. 그거 사주면 2년 넘게 쓸게. 이거 한 번 봐봐."
하면서 나에게 그 앱의 사이트를 나에게 보여줬다.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어차피 필요한 건데 이번엔 한 번 믿어봐?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사줘? 말어?’를 반복하다가 그 주인에게 채팅을 하고 만나기로 했다. 이어폰 주인이 일 끝나고 밤시간 밖에 안된다 해서 그 시간에 맞춰 나와 남편과 콩이가 버스를 타고 그 동네로 갔다.

그 동네는 HDB단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동네였다. 우리는 버스에 내려서 환한 가로등 밑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는 우리를 주차장으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모른다고 했더니 얼마 후 그는 어둠을 뚫고 불 빛 쪽으로 모습을 내밀었는데 어둠의 불빛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는 다른 친구 두 명과 같이 와서는 우리에게 이어폰을 내밀었다.
“이거 노이즈 캔슬링 되는 거 맞지?”
우리의 물음에 그는 어색한 대답을 했다.
"나는 평소에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 안 해서 잘 몰라.”
채팅할 때는 정품이고 다 된다고 했는데 그의 말이 달라져서 나는 콩이에게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지 체크해 보라고 했다. 콩이는 이어폰을 귀어 꽂았다.
“콩이야. 들려?”
“응”
“지금 내 말이 들린다고?”
“잘 들려.”
“여기 우리는 아빠와 나와 같이 왔다."
나는 새로운 문장을 말한 후
"콩이야 엄마가 뭐라고 했는데? “
”엄마, 다 들려. 우리 여기 같이 왔다고. “
”헐, 이거 노이즈 캔슬링 안 되는 거네. 이론ㅜ”

우리가 체크를 하는 동안 그들 또한 영어가 아닌 이상한 언어로 무슨 말들을 떠들더니 우리가 살 수 없다고 하자 그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중고거래를 하지 않는 남편은 나의 설득에 귀한 시간을 내서 거기까지 가주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자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런 소득이 없는 시간을 버리는 일을 하다니…
남편은 택시 타고 집에 가자고 했고 우리 셋은 말없이 택시 창 문 밖을 바라보며 집으로 왔었다.


중고 거래로 사용하던 물건을 경제적으로 사고파는 것은 사는 이에게도 파는 이에게도 경제적으로 득이 되는 좋은 일이다.

가끔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양심적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싱가포르에도 중고마켓은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나의 친구 쩡이의 당근마켓의 온도는 최고 온도!

그녀는 온도를 유지하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게 아니라 에티켓을 사고 팔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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