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밴쿠버, D-123
해외여행만 했다 하면 몸무게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음식이 맛있어 많이 먹었던가?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다녀온 여행이었기에 예산도 넉넉지 않았고, 식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먹고 싶은 음식 한 끼만 먹었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었는가? 그 반대다.
하루에 7시간을 걸어 다닐 정도로 활발했다.
속을 든든히 채우지 않은 채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 왜 쪘던 걸까 추측해 보건대, 동생과 함께 돌아다니는 데에서 오는 안정감, 행복감이 컸던 것 같다.
살던 곳을 벗어나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의지할 데라곤 동생뿐이었다. 동생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두려운 환경 속 따뜻한 온기를 느꼈던 시간들은 내게 완벽한 안식처였다.
밴쿠버에서 홀로 지낸 지 약 한 달 반이 흘렀다.
그리고 깨달은 건,
완벽하게 독립된 삶과 나는 다소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억압되거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도 견디지를 못한다.
고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어느 정도의 선이 존재할 때 나는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나를 나보다도 먼저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 찾아왔다.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던 친구들은 알고 지낸 시간만큼 떨어져 있었음에도 똑같았다.
힘들 때는 연락하고, 외로우면 찾아오고, 아플 때면 뭐라도 사서 보내고, 기쁠 땐 누구보다도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 밴쿠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 준 이들이 도착했다.
외로워지기 전에.
이상한 친구들이기에 좋다.
그들에게 나도 이상한 친구겠다.
그래서 좋다. 이상해도 되니까.
어떤 모습을 보여도 그저 그런대로 받아들인다.
본받을 게 많은 사람들이다.
친구가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적용하는 건,
앙갚음을 해주고 싶기 때문인 건데
그건 그만큼 마음에 상처가 커서 그런 거라고.
고민을 말하면 찰떡같이 공감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이들 덕분에
잠시나마 동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 한 짧고 굵은 일주일이 흘렀다.
혼자가 싫지 않지만,
혼자라서 쓸쓸한 이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왜냐면, 내 곁에는 언제나 가족이,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나는 지금 오랜만에
고독한 안정감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