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밴쿠버, D-54
나라마다, 세대마다, 가정환경마다 다르겠지만 대륙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아시아 국가의 교육방식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친구로
유독 소문이 나 버렸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린 시절 흔하디 흔한 애니메이션 "짱구"조차 보지 못했다는 것.
극도로 엄격한 Tiger mother의 대표로서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보내고
순조로운 20대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든 중국의 한 여성의 교육방침과
분명히 다른 환경에서 컸는데도, 반 친구들은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정작 나는 엄격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할 일을 마치면 그 뒤부터는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그냥 하게 두셨기 때문이다.
조건은 간단했다.
그날 숙제는 그날 하기,
일주일에 한 번 독후감 쓰기.
고작 만화 하나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불만을 가진다는 것은
주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어리숙한 생각이다.
펜데믹으로 인해 집 안에만 갇혀 있어야 했던
아이들과는 다르게 모래 놀이터에서
먼지바람 일으키며 뛰어다닐 수 있었던 때였다.
학원에 갇혀 창백해지는 아이들보다, 뙤약볕 밑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도 술래잡기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되려 나는 부모님께 감사하다.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계획을 세우는 방법, 문해력 및 독해력,
그리고 자율성을 기를 수 있었던 훌륭한 교육관이었다.
넓은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다양한 성격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중에는 나와는 정반대로 느긋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이 수월한 사람들도 많다.
답답할 때도 있고, 이해가 어려운 순간도 있으나
이런 이들과 어울리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조화로운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로 인해 스스로에게만
엄격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조금은 풀어진 지금.
허송세월을 보낼 자신은 없기 때문에,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삶을 누려본다.
엄격하게
동시에,
여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