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밴쿠버, D-49
캐나다인은 친절하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이들이 하나 같이 입모아 말한다.
글쎄, 내가 봤을 때는 한국인만큼 친절한 민족은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친절한지, 상대방이 발음 못 할까 봐 본연의 이름을 두고, 영어 이름을 소개한다.
김밥을 Korean Shusi라고 표현하고,
떡을 Rice Cake라고 소개하고,
부침개를 Korean Pizza라고 말하는가 하면,
약과를 Korean Doughnut으로 설명한다.
이미 있는 이름을 굳이 한국어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 명사를 최대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김치는 Kimchi로 말했을 때 모두가 알아듣는다.
이처럼 떡케이크가 아닌데 Rice Cake라고 설명해서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보다는,
이미지를 활용하고, 설명하고 묘사해서 상상할 수 있게끔, 궁금해서 한 번 먹어보게끔 하는 게
내 바람이다.
내 이름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사용되는 음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으나,
혹여나 발음이 어렵다 하더라도 이는 그들 사정이지 스스로가 고쳐야 할 부분은 아니다.
영어 발음 공부는 따로 하면서, 왜 친구들에게 내 이름을 똑바로 발음할 수 있도록 가르쳐줄 생각은 못하는가.
학교 선생님들을 보면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어떤 선생님은 이름을 줄이거나 유사한 단어를 찾아내 닉네임을 만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잘 되지 않는 발음이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부른다.
물론 본인이 편하자고 영어 이름 없냐고 물어보는 무례한 경우도 봤다.
영어권 국가 출신이 아닌 이들에게 이는 분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되려 이들이 말한다.
"SORRY..."
다시 말하지만, 한국인은 배려심이 너무도 깊다.
해외에 나오면 애국자가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고, 우리의 근본은 어찌 됐건 한국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 강아지 못생겼다고 놀리는 것은 괜찮아도,
남이 내 강아지에게 못생겼다고 말하면 화가 나는 것도 예로 들 수 있다.
미우나 고우나 내 나라를, 내 가족을,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