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물가에 대비하는 식당들, 뭐가 더 나은 선택일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때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유동성 회수를 위한 피할 수 없는 금리인상, 아직 잡히지 않은 물가 때문에 소상공인과 가계의 한숨은 점점 늘어간다.
물가 상승이라고 해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회사 근처에 좋아하던 보쌈집이 점심 특선을 1만원에서 1만1천원으로 올린 건 임팩트가 있었다.
'보쌈'이라는 음식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 보쌈집은 점심특선 메뉴로 밥, 국, 보쌈, 각종 쌈, 후식 과일까지 푸짐한 구성을 단돈 1만원에 선보이고 있어서 회사 동료 모두 그 보쌈집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 보쌈집이 10%나 가격을 올린다니.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후식 과일을 빼고 파김치를 빼서 1만원에 맞추는 게 더 경쟁력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궁금증을 시작으로 뽑은 이번 주제! 식당에서는 오른 물가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면 'A. 제공하는 반찬 수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지키는 게 좋을까?' vs 'B. 가격을 올리는 게 좋을까?' 소비자와 식당은 어떤 것을 더 선호할까?
통계적으로 손님들이 많이 남기는 메뉴를 파악하여 기본 상차림에서 그 반찬을 제외하는 것이다.
· 장점: 다른 식당에서도 다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반응이 좋지 않은 반찬을 없애는 것은 인력 차원에서도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
· 단점: 요즘 봉지 과자를 생각해보자. 나는 몇 년 전에 비해 과대 포장되어있다는 둥,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딸려 왔다는 둥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기억이 난다. '원래는 이런 것도 줬는데 이제는 안주네?'와 같은 줬다 뺏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물가는 계속 오르게 될 텐데 그때마다 반찬 수를 줄이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줄게 없어진다. 즉, 이 전략은 유지가 불가능한 전략이라는 단점이 있다.
또한 식당은 규모의 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매가로 식재료를 사 오게 된다. 이미 원재료를 싸게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식재료 값을 줄이는 것은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이 식당을 아는 사람들이 단점을 크게 느낄 것 같다. 신규 고객들은 별로 신경 안쓰고 장점을 더 크게 느낄 듯)
명확하다. 점심특선 메뉴 1개를 팔았을 때 원하는 순수익을 정해두고 그 가격에 맞게 돈을 올리는 것이다.
· 장점: 물가가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장 명확한 해결책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이 나아가야 할 흐름이랄까,, 소비자들도 오른 물가가 반영되었겠거니 하며 크게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격 상승의 이유가 '식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가'에 포커스 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식당 입장에서도 한번 가격을 올리면 메뉴 가격을 다시 내리지 않기 때문에, 다시 물가가 하락했을 때 더 큰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주식이랑 비슷한 듯)
· 단점: 원래 싸게 팔아서 '저렴한 가격'이 그 식당의 큰 경쟁력 중 하나였다면 그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에이, 여기 싼 줄 알았는데 다 똑같네!'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많은 식당과 경쟁을 해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적당한 가격을 잘 찾아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쓰다 보니까 한 가지 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기존에 국, 밥, 각종 반찬, 보쌈 등 5가지 메뉴를 줬다면 메뉴 구성을 바꿔서 두 가지 메뉴로 나눠보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기존에 5가지 메뉴를 10,000원에 팔았다면 메뉴 하나를 추가하고 11,000원 / 메뉴 하나를 제외하고 9,000원에 파는 것이다.
· 장점: 위에 잠깐 언급되었듯,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사 올 때 도매가로 사 오게 된다. 즉, 메뉴 하나를 저렴하게 추가할 수 있다. 메뉴가 하나 추가되었으니 가격 상승에 좋은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방법만 사용해도 좋지만, 저렴한 옵션도 열어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그 선택을 넘길 수 있어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손실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단점: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이미 안다. 아, '가격을 더 올려야 하는데 그 의도를 숨기고 싶었구나'라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A의견의 단점에 언급했듯 원재료는 이미 싸게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저렴한 옵션을 많이 선택한다면 식당의 수익성 개선에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보쌈집 사장님이라면 회사 근처 보쌈집이 그랬듯이, 브랜딩 관점에서나 수익 확보 측면에서나 B를 선택할 것 같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워낙에 컸던 터라, 1천원을 올려도 다른 보쌈집보다 여전히 저렴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가격대가 내가 B에서 언급한 반발심이 들지 않는 적정 가격이 아니었을까.
또 10%라고 하니까 크게 올린 느낌인데 사실 가격으로는 1천원이니 기존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아서 만족했던 손님이라면 1천원 더 내더라도 기분 좋게 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전에는 별생각 없이 '후식 빼고 1만원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장/단점을 따져보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큰 전략이었던 것 같다. 역시! 맛집답게 소비자 마음과 식당 입장 둘 다 잘 고려된 선택을 하셨던 것이다. 보쌈집 사장님 대단해요...! 자주 갈게요 ㅎㅎ
위의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줘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