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경호 Oct 31. 2024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오래 전에 독서모임에서 발표하기 위해서 썼던 글입니다. 


===========================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가 그의 나이 25세 때 쓴 작품이다. 1903년에 쓰고 3년 후 출판한 자전적 소설이다. 독일 남부 슈바벤 지방의 소도시인 ‘칼프’에서 태어난 헤세는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스 기벤라트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저자 자신이 실제로 겪고 고민했을 사춘기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좌절, 고민의 흔적이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부 스트레스로 지쳐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독일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으니, 이 소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주(州)에서 실시하는 기숙신학교 마울브론 신학교에 2등으로 합격했다. 한스의 아버지는 모든 아버지가 그렇듯, 아들이 ‘쓸모 있는 사람’ 으로 자라주길 바랐다. 그래서 아들에게 강요했고, 성공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버지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신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사, 목사 모두 같은 생각들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에서 만난 학급 친구들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는 순종적인 학생들이었으나 그중엔 헤르만 하일너와 같이 반항적인 성격을 가진 소년도 있었다. 친구인 헤르만 하일너와 오토 벵거가 싸우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봤고, 힌딩거가 연못에 빠져 익사하는 바람에 학급 동료가 죽는 죽음의 슬픔과도 마주해야 했다.


  한편 바이올린 소음 문제로 루치우스와 싸웠던 하일너가 무거운 감금형을 받자, 친구였던 한스는 하일너의 편을 들지 않았다. 결국 하일너에게 한스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친구 사이에 금이 갔지만 나중에 화해하게 되었다. 한스와 하일너는 다시 단짝이 되어 위선적이고 권위적인 학교와 기성세대에게 도발한다.


  한스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던 교장이 한스를 불러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럼, 그래야지.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그리고 나서 하일너와 멀리하라고 말하지만 한스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럴 수 없습니다, 교장선생님. 제 친구니까요.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못 본 체할 순 없습니다.”


  반항적인 행보를 이어가던 하일너는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후 탈출했고 며칠 후 아버지에게 붙들려 학교로 돌아왔지만 불손한 태도를 보여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한스의 성적은 ‘수’에서 ‘가’로 점점 떨어졌다. 모세5경, 호메로스, 크세노폰, 대수를 차례로 던져버렸다. 점차 신경쇠약으로 병이 악화되었고, 학교에서는 요양을 하라며 한스를 집으로 보냈다. 집에 돌아온 한스는 여전히 신경쇠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유년시절에는 아름다웠던 추억도 많았는데 신학교에 들어가며 그것들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한 한스 앞에 ‘엠마’라는 소녀가 나타났다. 구둣방 주인의 조카 딸이었던 엠마에게 마음을 뺏겨 사랑하게 되지만, 엠마는 한스를 노리개로만 생각했을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어느날 갑자기 말도 없이 한스의 곁을 떠나버렸다. 


  이후, 공장의 수습공이 되어 잠시나마 노동의 기쁨과 삶의 의욕을 느끼지만 다시 힘들어 한다. 한스의 입장에서 보면 일탈과 같은 행동들을 하며 나름대로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하지만 결국을 비극으로 끝을 맺고 만다. 라틴어 학교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아우구스트와 같이 술을 마신 후 혼자 집으로 돌아오다가 물에 빠져 죽는다.


  한스가 죽은 후,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그는 다시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교사들, 교장, 목사가 다 모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는 교회 묘지 문을 나서는 프록코트를 입은 신사들을 가리키며 나직하게 말했다.

  “저기 신사분들이 가시네요. 저분들도 이 아이가 그 지경이 되는 걸 도와준 셈이지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결국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규칙과 틀 안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은 도태되고 망가진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고, 단지 부모나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아이들을 조각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권위와 틀을 파괴하고 참다운 자연인으로 아이들을 키워낼 것인지 성찰해보게끔 하는 화두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질풍노도처럼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겪어왔을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


  <등장인물>


  한스 기벤라트 -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 토끼를 키운 적이 있고 낚시가 취미일 정도로 자연을 좋아하는 건강한 소년이었으나(가끔 두통이 있긴 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 정신이 약해짐(신경쇠약).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알 수 없는 익사사고로 죽음.


  헤르만 하일너 - 시인이라 불리는 반항적인 성격의 소년으로 한스의 친구이자 한스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위선적이고 권위적인 교장선생과 대립하다가 신학교를 뛰쳐나간 사건을 계기로 퇴학당한다.


  플라이크 - 구둣방의 주인. 성실하고 고지식한 성정을 갖고 있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공부에 시달리는 한스를 유일하게 걱정한 인물이다.


  교장선생 - 한스에게 공부를 강요한 인물.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한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요제프 기벤라트 - 한스의 아버지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한스에게 공부를 강요한 인물이다. 한스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진로를 강요한다. 이러한 부친과 교장의 억압은 한스가 자신의 생각대로 살지 못하는 허약한 사람이 되게 한다.


  힌딩어 - 사고로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둔 소년. 그가 사고로 죽은 후에야 시체 수색이 이루어졌다는 설정을 통해, 작가는 당시 교육자들의 비인간성을 비판한다.


  목사 - 같은 동네 개신교 목사이다. 배운 것이 없어도 인간미가 넘치는 구둣방 아저씨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아우구스트 - 한스의 친구. 한스와 같이 다니던 고향의 학교졸업 후 시계공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삶을 개척한 청년이다. 몸이 약한 한스가 공장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울 정도로 의리가 있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논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한스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엠마 - 고향으로 돌아온 뒤, 사과과즙을 짜면서 알게된 처녀. 한스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녀는 단지 한스를 노리개로만 생각하였다. 말도 없이 고향으로 떠나서, 한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인물


  에밀 루치우스-수도원의 강의가 모두 공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바이올린을 배워 주변을 시끄럽게 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뉘른베르크의 난로」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