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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호 Nov 01. 2024

일론 머스크의 「미래의 설계자」를 읽고


오랜 전에 독서모임에서 발표했던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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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아이언맨의 실제 인물, 미래과학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 사업가, 스티브 잡스를 뛰어 넘는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CEO, 모험가 등등 그의 특징을 설명하는 말들은 모두 매력적이다. zip2, 엑스닷컴(이후 페이팔),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모터스를 설립해 경이적인 성공 역사를 써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그 주인공이다.


  이와 같은 호평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쉽게 만나지도 못할 뿐더러, 그에 관한 성공과 그 이면에 자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의 과학기술작가인 애슐리 반스의 집요한 취재와 끈기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한 CEO의 전기가 으레 그렇듯, 이 책 또한 기업인 일론 머스크와 그의 삶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뉴스나 기타 보도 자료를 통해 부분적으로만 그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읽고 난 후에는 왜 그가 그토록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끄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업가를 다루는 전기이므로 그가 세운 회사와 직원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원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그가 어떤 자세로 분투했는지를 소상히 그리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과 열정, 야망, 위기 상황에 직면해 돌파해내는 능력, 시련과 갈등, 도전, 인간적인 고뇌 등등 그를 이해하기에 충분할 만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그는 부유한 백인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공상과학 만화를 즐겨 읽었던 터라 인류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문제에 골몰했다. 그 생각은 점점 자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확고해졌고 그것이 사명감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우리가 그로부터 감동받는 첫 번째 이유는 그가 가진 열정이나 동기가 지극히 인류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선량한 의도가 그 의식 속에 깔려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그에게 열광하고 지지한다.


  열네 살 무렵 그는 자기 존재에 대해 극도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종교 서적과 철학 서적에 관심을 쏟았다. 독서광이었으며 공상과학에 심취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고, 스탠퍼드 대학교 물리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고 한다. 후에 테슬라에서 그만 둔 에버하드는 머스크의 박사과정 입학을 둘러싼 학력 문제를 거론하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의연하게 잘 극복했다. 그리고 ‘테크노 유토피아 클럽(기술 발전이 유토피아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들)’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청년기에 인턴으로 일했던 ‘피너클 연구소’는 과학자팀을 보유한 시끌벅적한 신생기업이었다. 또, 팰로앨토에 있는 신생기업인 ‘로켓사이언스 게임스’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재능과 문화의 관점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실감했다. 그 회사는 그를 낮은 수준의 코드를 작성시키기 위해 채용했지만, 얼마 지나자 아무도 그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그는 자기 마음 내키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머스크가 최초로 설립한 회사가 ‘Zip2’였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지만 그는 그 기회를 잡았다. 엘로 페이지(yellow page)의 업종별 상호 목록을 보완하는 용도로 온라인 목록을 만들어 상업화한 회사다. 얼마나 치열하게 사업에 매진했는지는 그가 한 벤처 투자자에게 한 말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나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했습니다. 실패하느니 차라리 할복을 하고 말겠습니다.”


  첫 번째 회사로 큰 성공을 거두고 난 후 1999년 2월에 PC 제작사인 ‘컴팩 컴퓨터’로부터 3억 700만 달러를 받고 Zip2를 매각했다.


  그 다음으로는 2000년에 ‘엑스닷컴’이라는 온라인 금융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데이터 보안업체 ‘콘피니티’를 인수하고, 2001년에는 회사명을 ‘페이팔’로 바꾸었다. 2002년에는 주식 상장을 해서 빠르게 성장했고 같은 해 ‘이베이(ebay)’가 15억 달러로 페이팔을 인수했다. 국내의 ‘옥션’도 ‘이베이(ebay)’를 2001년에 대주주로 영입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 성공을 기반으로 세 번째로 설립한 회사가 ‘스페이스 엑스’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회사를 설립한 순서다. ‘스페이스 엑스’를 ‘테슬라 모터스’ 보다 먼저 설립했다는 게 좀 의아했다. 그가 설립한 회사 중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모터스’는 그가 구상하는 위대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머스크는 우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세운 회사가 ‘테슬라 모터스’다. 전기 자동차를 상용화시켜야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신념이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둘째로는 ‘스페이스 엑스’라는 로켓 회사를 설립한 것인데, 이것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범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 지구를 포기해야 한다면 새로운 행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행성이 화성이고,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로켓이 필요하니 로켓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제껏 로켓을 만드는 일은 NASA와 같은 국영기업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지 일개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상식을 깬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일의 순서로 본다면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를 먼저 설립하고 그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로켓 회사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였다.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최종적인 목표를 위해 로켓 회사를 먼저 설립한 그는 분명 목표 지향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스페이스 엑스’를 설명하자면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혁신적이고 새로운 일처리 방식을 추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6년 3월 24일에 팰컨 1호를 발사하기까지 말로 다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발사 후 25초 만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정확히 1년 후 다시 발사했지만 실패했고 2008년 8월 2일에도 실패했다. 직원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지만 머스크는 말했다. “자, 우리는 해낼 겁니다. 할 수 있어요. 냉정을 찾읍시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6주 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4차 발사가 2008년 9월 28일에 실시되었고 기어이 성공했다. 머스크의 동생 킴벌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발사가 성공했을 때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뜨겁게 감정이 복받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이는 발사 실패로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그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이루어낸 성과였다.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NASA가 발주한 로켓을 제조하며 재정적인 안정도 찾을 수 있었다. 스페이스 엑스가 성공한 데는 발사 단가를 낮춘 것도 큰 몫을 했다. 한 번 사용한 로켓을 1회용으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원가 절감을 이루어냈다. NASA와 같은 국영기업은 관료화되어있는 조직이므로 기술 혁신이나 업무 효율은 민간 기업을 따라갈 수 없다. 머스크의 업무 스타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업무 비효율은 죄악과 같은 것이었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었다.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모터스’는 그때까지의 전기자동차는 모두 가짜였다고 할 만큼 혁신적인 기술로 전기자동차의 기준을 새롭게 바꿔놓았다. 

  머스크라는 한 개인이 마음속에 품었던 원대한 이상은 현실이 되어가고, 그것을 지켜보는 대중은 그의 웅대한 야망이 하루속히 실현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상호 선순환함으로써 그가 꿈꾸는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머스크는 말한다. “인류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판단하려면 매우 폭넓은 지식과 과학 지식을 갖추어야 해요. 리더십 훈련을 받아야 하고, 약간의 MBA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고, 상황을 다루고 조직하고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큰 문제예요. 엔지니어들은 주로 매우 한정된 영역에 대해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야를 통합할 수 있어야 남과 달리 생각할 수 있고 훨씬 미친 계획을 꿈꿀 수 있고, 그래야 혁신적 방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나는 이것이 세상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 진보를 이룩할 수 있지요.”


  여기에서 언급한 ‘미친 계획’이라는 용어는 래리 페이지가 “훌륭한 아이디어는 더 이상 훌륭하지 않을 때까지 언제나 미친 아이디어다”라며 구글(Google)에 적용하려 하는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머스크의 원대한 포부를 익히 알고 있는 래리 페이지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들은 대개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머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와 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천재성,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가치에 투자하는 헌신 등등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년 전,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창업했을 때의 무모함과 도전정신이 새롭게 다가왔다. 최근엔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 책을 통해 나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매우 강렬해서, 내가 오래 전에 가졌던 초심에 불을 당겼다.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여러 번 되뇌이게 되었고, 다시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렇다. 내 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머스크가 로켓 발사를 세 번이나 실패하고 나서 직원들을 독려했던 말이 다시금 귓가를 울린다.


  “자, 우리는 해낼 겁니다. 할 수 있어요. 냉정을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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