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에서 배우다-로버트 사부다
인간은 의외로 움직임이라는 행위 안에서 많은 것을 깨닫곤 한다. 아이디어를 얻거나 창조적인 활동을 할 때, 우리는 보통 생각(뇌)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의도치 않게 머리가 아닌 몸을 움직이며 창조성의 통로를 열곤 한다. 이때의 움직임은 거창한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쉴 새 없이 생각에 빠져있다가 잠깐 일어나서 다리를 움직였을 뿐인데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물을 마시고, 다시 가서 하던 일을 하니 거짓말처럼 일이 술술 진행되는 사건을 목격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몸과 정신의 연결감을 인식하게 된다. 현대인의 고질병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몸보다는 머리를 상당시간 더 많이 사용한다. 몸을 움직이는 중에도 끊임없이 사고회로는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몸을 쓴다는 뜻은 제2의 뇌를 쓴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살아가며 몸을 다각도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생각을 많이 했다면 손을 움직이고, 발을 움직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폐와 내장기관을 의식할 수도 있다.
작가 로버트 사부다는 아날로그적인 움직임을 200% 사용한다. 그가 만든 대부분의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팝업북의 형태이다. 어린 시절, 우연히 팝업북을 보고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떤 원리로 이 종이 뭉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또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책을 아래, 위, 옆, 앞, 뒤까지 다방면으로 살펴보았던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움직임의 중요성을 에둘러 말해준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움직임을 경험하는 것이 수동적인 움직임이라면 그의 작품은 능동적인 움직임이 무엇인지 우리로 하여금 알 수 있도록 만든다. 더불어 직접 만져보고 느껴봄으로써 우리의 뇌가 자발적으로 '움직임'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책 속 주인공처럼 새로운 길을 통해 나서고 싶어진다. 그는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만들었지만, 그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들까지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눈을 반짝인다.
우리는 많은 경우, 생각 속에서 우리의 순수의식(근원의식)을 통제하고자 한다. 자신의 창조성이 오로지 생각을 통해서만 발현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성은 이성과 감성 즉, 생각과 움직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찾아온다. 때로는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동안 자신을 막았던 경직된 생각을 움직임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한 작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비단 창조적인 아이디어뿐 아니라 마음속 응어리를 해소하고, 그 해소된 곳에서 새로운 씨앗을 자라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움직일 것'을 권한다. 움직임의 형태는 걷든, 춤추든, 가드닝을 하든, 눈을 깜빡거리든 그 무엇이 되었든 상관이 없다. 움직임을 그대로 경험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경직된 곳을 풀어주는 것은 근원적 자연의식과 맞닿아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다시금 우리 안에 깃든 창조적 유연함을 되찾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