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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칼립투스 Aug 17. 2021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돌이킬 순 없지만, 달라질 순 있기를.

살면서 후회할 일을 참 많이도 했다. 그런 것 치고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 선방이다. 인생 전반기에 비해 최근 5년 동안은 무척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으니,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듯이, 지금이 나에겐 녹록한 시간은 아닌 듯하다.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모멸감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인생을 참 잘못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한 발짝을 가지만 않는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고, 그럼 상대방도 나도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는데, 미련한 난 매번 같은 자리에서 그렇게, 결국 상대를 찌르고는 내가 나가떨어진다. 오늘도, 그러하다. 


까여도 상처 받지 않는 멘털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또 않다. 상처 받고 한동안은, 헤어 나오질 못한다. 


평소에 그렇게도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남을 믿고는 만신창이가 된다.


나같이 미련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작년 연말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온 자리를 선뜻 받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끌었을 텐데.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마음이 없어지진 않는다.


탓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 트럭쯤 된다. 지금 윗사람을 소개해준 아는 선배도, 온갖 거짓말로 나에게 본인 비전을 '팔아먹은', 뼛속까지 영업맨인 윗사람도. 들어와서 무얼 하려고 하기만 하면 방해하던 주변 사람들도. 하지만 그들 모두 나의 실패를 설명할 요인은 아니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한 것이고, 실패도 내가 한 것이므로. 


무언가를 만들 생각이 아닌, 싫은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린 결정. 조금 더 기다린 후, 충분히 숙고한 끝에 결정해도 늦지 않은 것을, 성급하게 문을 닫고 싶었던 내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 다른 옵션들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어떤 선택을 했어도 지금보다 나았을 텐데. 셧업 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보다 나를 열 받게 하는 것이 없는데, 흐르고 흘러 이 지경까지 와서, 또 그 소리를 듣다니. 


사표를 낼 거라고 마음을 이미 먹었고, 뼈를 갈아 넣어가며 일을 하지 않음에도, 막상 사이드라인이 되면 또 속상해하는 내 마음이란.  어둠 속에서 보내게 될 시간이, 지금처럼 길 줄 알았더라면, 5년 전 쉽게 사표를 던지는 선택 따위는 하지 않았을까. 그 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지금보다 나은 위치에 있었을까. 하찮은 사람들에게 넌 좀 비켜 있어 라는 소릴 듣지 않고 살고 있었을까. 의미 없는 물음 뿐이다.  


비루한 인생도, 하루하루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 내가 지금 무시를 당하는걸, 나중에 언젠가 가서는, 돌이켜보며 웃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뼛속 깊이 느끼는 이 치욕스러움을, 언젠가 내 인생에 약이 되었다고 누군가에게 말할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내가 지금, 인생 후반 20년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한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까. 지금이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어떤 길이 좋아서, 단지 돈을 내가 그 길을 가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 찾아 나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모든 의사결정은, 그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사람한테서 나온다. 의사결정 권한이 나에게 없다는 걸 인정하고, 거기에서 평화를 얻어라. 뒤늦게 읽은 마샬 골드스미스 책에 있는 문구다. 


나의 가장 어두운 시간은 혼자만 기억할 수 있기를. 좀 더 밝은, 지금보다 편안한 미래 언젠가는 내가 이 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올렸다는 것이 미치도록 부끄러울 날이 오기를. 그리고, 오늘 지금 선명한 괴로움을 딛고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습관에서 해방되기를. 이번 일이 어떻게 되더라도 다음번 선택은 가능한 모든 옵션을 충분히 숙고한 후 후회 없이 내리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일이 실패해도 내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또 모든 불길한 징조와 말도 안되는 확률을 뚫고 만에 하나 일이 성공한다 해도, 그건 윗사람의 성공이지 나의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의 시행착오 없이 이제 정말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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