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첫사랑
나를 사랑했던 이들은 누구였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첫사랑을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음을, 누군가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었음을 모두 알지 못한다. 상대가 마음을 표현했다면 알수 있겠지만 그저 마음속 깊이 누군가에게 각인되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가 시장에서 장을 보고 와서 그랬다. 너 초등학교때 땡땡이라고 알어? 응 알지, 우리 옆집에 살았잖아. 그때 우리반 반장이었는데.
그때 그 애 엄마를 시장에서 우연히 봤어 오늘-
아주 오래된 기억속의 남자아이. 엄마의 말에 나는 그 아이를 떠올렸다. 귀공자처럼 얼굴이 하얗고 여리여리하게 생긴, 반듯하고 모범적인 아이였다.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심한 장난끼도 없었고 나름 어른스러웠다. 나는 그 아이와 뚜렷한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었다. 집 어딘가에 함께 찍은 사진이 있을텐데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딱 한번 간 기억밖에 없다. 그때 당시 친하지도 않은데 왜 생일에 초대하는 걸까, 옆집에 사니까 그냥 초대한건가. 어린 나이에도 의아해 하며 그 집을 들어섰던게 기억난다.
그 애 엄마가 그러더라, 땡땡이가 어릴때 너를 엄청 많이 좋아했다고. 지금은 학교 선생님한다고 하더라.
나를 좋아했다고? 무슨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시장길에서 엄마가 전해듣고 몇십년이 지나 듣게 되는 걸까. 황당하고 실소가 나왔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 시절 이후 나는 단 한번도 그 아이를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어쩌면 그 아이 기억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문뜩문뜩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 기억속에 나는 어떤 아이었을까.
언젠가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동네 자주 들리는 책방에 계산을 해주는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그 여자를 보기 위해 그는 매일 그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 여자 직원은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서 항상 수줍게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워 했는데, 그의 눈에는 그 여드름마저 너무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웠다고.
아마도 그 아이는 신발주머니를 빙빙 돌리다 곧잘 떨어트리고 철봉 하나 제대로 못 매달리는 겁쟁이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에 실핀을 찌르고 이마에 콕콕 찍힌 여드름이 챙피해 이리저리 수줍어 했던 나를 순수하게 사랑해 주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