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퇴행성 이민정책
과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독점, 독식 등의 폐쇄성이 큰 역할을 했지만 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요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초기 개방성이 경쟁력이며 공생, 공존, 공유와 같은 상생의 원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우리가 애용하는 검색엔진이나 각종 플랫폼들도 모든 것들이 무료이고 전 세계에 열려있고 공유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민정책은 인종차별적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이민 쿼터를 제한하는 것도 모자라 팬데믹을 이유로 이민국 직원을 75% 감축한다는 정책이나 대학의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제한 조치 등을 보면 최근 미중 갈등이 과거 냉전시대의 이념 차이에 근간을 둔다기보다는 흑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의 적나라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최근 한류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아시안이라는 외모로 통합되고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 못하는 백인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을 때도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되고 결국 유색인종인 우리 한국인들도 배척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끔 두렵기도 하다.
작년 근처 한 고등학교에서 화장실에 화살표로 백인(white)과 유색인(colored)이라고 크게 누군가 낙서를 한 바람에 경찰 수사까지 있었던 적도 있고, 팬데믹으로 동네 코스코에서 내 지인은 백인 여자한테 맞기까지 했다. 안 그랬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백인 여자한테 그냥 사과도 못 받고 끝나는 경우가 보통이겠지만, 경찰 신고와 증인 확보로 사과를 제대로 받고 마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아시아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다는 그들의 경험과 인식을 조금은 정정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기술혁신이 과연 미국 내 백인들의 힘으로 이루어 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가 미래 기술력과 경쟁력의 대리지표라고도 할 수 있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IMO)나 국제 컴퓨팅 올림피아드(IOI)에 미국 국가대표로 선출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이민 1.5세대나 2세대 가정의 자녀들이 대부분으로 주로 아시안으로 구성된다. 유능한 인재 유치에 파격적인 과거에는 조기유학생으로 와 있는 한국 학생이 국제 물리학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시키기 위해 온 가족에게 시민권을 주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유출 우려는 보안 강화나 우수 연구 프라젝트에서 배제하거나 다른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야지, 이를 막기 위해, 아시안의 수적 증가를 막기 위해 폐쇄적인 이민정책으로 퇴행한다는 것은 미국의 기술발전 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수에 불과한 것이고 시대착오적인 실책이다.
미국의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유턴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모자라 빗장을 꼭꼭 닫는 모습에서 편협함과 폐쇄성을 본다. 과연 미국이 이기적 인종주의의 폐단과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지금처럼 계속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