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앞에서 나의 내면은 얼마나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가 이제는 공해로 느껴질 수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음악과 글, 다양한 활동들로 즐거움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좋은 온라인 무료 강좌들과 누려야 할 문화들이 넘치고 있다.
얼마 전 오픈 코스 플랫폼 edx.org에서 UC버클리의 온라인 강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좌를 신청했다. 등록하자마자 첫 과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녹화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제출한 첫 과제를 보고 가장 놀란 것은 아프리카 작은 나라부터 이름도 낯선 나라까지 다양한 생김새의, 수십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동시에 함께 수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모니터의 작은 화면이 전 지구를 품고 있었다. 또 다른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대해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내놓은 대답이 거의 손으로 꼽을 만큼 몇 가지 대답으로 수렴된다는 것에,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의 사소한, 보편적인 것들이라는 것에 놀랐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령의 수강생분들의 미소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빛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눈가의 주름에,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슬퍼하지만, 정작 나의 생각과 마음의 안티에이징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직도 마음속에 좋은 시를 보면 가슴이 두근대고, 가슴 절절한 음악을 들을 때 센티멘탈 해지는 걸 보면 소녀 감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세상살이로 내 생각의 틈틈이 현실이란 먼지가 켜켜 배어 있고 소망이나 꿈이란 단어로부터는 많이 소원해져 있는 것을 보면 나의 마음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중년의 나이에 걸맞은 마음가짐 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알고 철이 들어간다는 표현으로 위로를 받고 있으면서.
얼마 전 딸을 하버드 의대를 졸업시킨 친한 언니가 딸의 온라인 졸업식에 대해 운을 떼었다. 가장 영예롭게 공로를 인정받는 졸업생은 한국처럼 수석졸업생이 아닌 최고령의 졸업생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수험생이라는 학업 적령기를 넘기고 나면 대학 진학이 너무 힘들지만, 미국은 패자부활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고 그런 삶의 시련이나 경험들의 가치를 존중한다.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특히 인지적으로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이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지적 호기심을 내내 잃지 않고 산다는 것에 대한 감탄과 경이로움을 갖게 된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 그래도 지식보다는 지혜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위로하며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자주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겠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으로 타성과 편견으로 생긴 깊은 주름살을 펴야 하고, 처진 눈꺼풀을 걱정하기보다는 그 안에 여전히 반짝이는 눈빛과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어야겠다. 지금 내가 접속한 이 소중한 시간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칙칙해진 나의 꿈을 환하게 피워야 할 것 같다. 이런 내 마음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금방 나른한 나의 일상이 가슴 두근거리는 반짝반짝 새날로 바뀔 것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