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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라이프 Jul 20. 2024

홍해의 기적

이륜차 트라우마를 극복하다

자동차 운전은 상당히 오래 했지만, 아직 자전거는 잘 못 탄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다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넘어져 다친 이후로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그리고 내 부족한 평형감각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이 제부도에 가보자고 한다. 

어디를 가든 음미하고 편하게 즐기기보다는 일의 연속선으로 생각하고 

토지임장을 하고 Google sheet으로 자료정리하고 이런 일들을 시킨다. 조수석에서도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안심이 되는 남편은 정작 내가 운전할 땐 본인은 조수석에서 잔다. 나는 그게 오히려 편하다. 신호라도 걸리면 더 짜증을 내고 기어변속하는 순서와 브레이크를 미리 밟고 풀고 하는 모든 순서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그때부턴 돌머리 등등의 비하발언들이 날아온다. 

가서 주차를 하고 난 후, 한 참을 고민하더니 뜬금없이 오토바이를 한 대 빌려왔다. 

늘 그렇듯이 내 의견이라는 건 세상에 아예 없으며 오로지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니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명령뿐이다.

헬멧을 쓰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 남편의 허리를 잡고 

평소 해 본 적 없는 지극히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할 때의 불안함이 살짝 밀려왔다.

남편이 한 바퀴 돌고 나서 갑자기 내리더니, 나더러 앞자리로 옮기고 혼자 타라고 한다. 

"무슨 소리예요? 난 자전거도 못 타잖아요."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잡이를 돌리며 가속기, 브레이크만 간단히 설명해 주고 강제로 태웠다. 

왕복 2차선의 차도옆으로는 공간도 거의 없어서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여지없는 대형교통사고, 아니 인사사고까지 예상될 정도로 위험한 길이었다.  저항도 소용없고 그렇게 큰 오토바이를 쥐어준 채 먼발치로 가버리는 남편 때문에 거의 울뻔했다. 

오토바이 무게에 비틀거리는 나를 보며 활짝 웃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다. 어떡해요~~.

그리고, 오토바이에 올라타자마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조금 전까지 차들이 줄지어 가던 왕복 도로들에 차들이 하나 둘 없어지더니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는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땡큐, 하나님을 외쳤다.

몇 번 비틀거리다가 결국 오토바이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어디를 가도 늘 가학적인 남편의 흔적들이 배어 있고 내가 흘린 마음속 눈물이 곳곳에 맺혀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부도에 밀물 때가 되어 몇 시간 동안 오가는 다리가 끊어져서 

모든 차들이 주차장에 주차하러 가서 제부도 안의 도로가 텅텅 비어있게 된 것이었다. 

어떤 상황에 놓이건 그곳에선 나 혼자가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판 홍해의 기적이라는 제부도에서 자동차들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유유히 큰 오토바이를 운전하게 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을 느낀 감사한 하루였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해석불가능한 남편의 행동들을 무조건 어릴 적 상처 탓으로 돌리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무서웠고 감사했던 제부도에서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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