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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키득 May 13. 2020

세탁기가 먹었어요(중)

누구나 마음속에 동화 한편은 있잖아요

독립출판이 뭡니까?

현빈이가 땡땡이 양말을 찾자 나는 동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트콤 속에서 버나드와 매니는 쉽게 글 쓰고 만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시트콤이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제본, 출판, 유통과 같은 책을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은 너무 어려웠다. 돈이 많다면 쉽게 풀리는 문제이지만 나는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했다.


막연하게 마음 속에 품고만 있다가 아는 간사님이 최근에 퇴직하신 친구분을 소개시켜주었다. 동화출판사에서 얼마전에 퇴직하셨다는 친구분을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하나부터 천천히 알려주셨다. 4의 배수로 쪽수를 구성하는 것부터, 인쇄소 맡기기전에 한번 더 체크해야할 사항들까지. 생각보다 내가 많이 낭만적이었음을 깨달았다. 할게 산더미였다. 그리고 몇 부 뽑을 거냐는 질문에 ‘한...100권정도?’라고 멍청하게 대답했다. 정도라니!


동화를 만드는 일은 분명 낭만적이다. 하지만 그 낭만을 꺼내는 작업에는 현실성이 필요하다. 머리 속의 동화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화 만들래!라고 외친다고 동화가 만들어지지 않더라. 나는 연금술사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블랙북스>에서 버나드와 매니가 초판을 얼마나 뽑을 지에 논의하는 장면이 없는 것처럼! 사실은 나는 내가 보고싶은 부분만 보았던 것이다.  


나의 애매한 대답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셨다. 친구분은 ‘그럼 독립출판을 해야 겠다’라고 하셨다. 일반 인쇄소에서는 부수가 너무 작으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출판에 대해 들어본적은 있었으나 깊게 생각을 안해본 나는 무릎을 쳤다. 소자본으로 소량 인쇄! 딱 나에게 맞은 출판이었다. 얼뜨기에다가 멍청하기가 그지 없다. 대략적인 틀을 잡고 그날의 만남은 끝이 났다. 가는 길에 동화책에 관련된 책도 선물해주셨다. 감동이 밀려왔다.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머리 속에는 동화 관련 생각으로 꽉차 있었다. 출판된 책들이 독립서점에 걸려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속 동화를 세상밖으로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그 해 가을까지 만들겠다던 동화작업은 그 해를 넘기게 되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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