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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렌더 이야기꾼 Jul 24. 2020

식물을 죽이는 확실한 방법1 : 물주기

플랜트 킬러

 

뒷 배경이 지저분하여 풀을 살짝 깔아봤다. 한결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세상에는 식물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수년간 연쇄살식마로써 죽여왔던 식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식물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하나만 고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방법은 물 주기 바로 관수가 아닐까 싶다.


Ⅰ. 식물을 죽이는 확실한 방법: 물 주기

  식물을 키워본 적이 있다면 곤혹스러운 순간이 나름 정성을 담아 키우는 데 나날이 식물이 죽어가는 것이다. 식물을 샀던 데에 가서 물어봐도 뾰족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면 물 주는 패턴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은 어떻게 줘요?
-흙이 마를 때 한번 씩 주세요.
-얼만큼 줘요?
-흙이 젖을 만큼 주세요.

  거짓말 안하고 식물을 팔았던 3년동안 하루에 50번도 넘게 한 대화였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다보니 나중에는 녹음을 해서 틀어줄까, 써서 붙여 놓을 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식물을 키운 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부분까지 잘 모른다는 것이 신기했다. 식물에게 적당한 물의 양이 있냐고 묻는 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면 위의 대화를 반복할 것 같다.


  사람도 물을 많이 먹는 사람, 적게 먹는 사람이 있듯이 식물도 그와 같다. 물을 많이 먹는 다고 해도 대부분 죽지 않고, 물을 적게 먹는 다고 해도 대부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물고문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면 죽을 수도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대부분 물을 줄 때 정확한 양의 계량해서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식물은 쉽게 죽지 않는다. 어느정도 오차 범위는 이겨낼 만큼 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죽는 것일까? 답은 하나이다. 나는 식물에게 물고문을 한 것이다. 오래 기르면 어느 정도 감이 생겨서 죽지 않을 만큼 물을 주는 것이 수월해 진다. 하지만 기르는 시간과 상관없이 나의 식물이 계속해서 죽어나간다면 진지하게 반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물고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식물도 똑같은 식물이 없다.  더운 지방에서 온 식물들은 물도 많이 먹고, 더운 날씨에 적응을 잘 한다. 추운 지방에서 온 식물들은 물은 비교적 적게 먹고(열대식물에 비해), 추운 날씨에 적응을 잘 한다. 하지만 이것도 대략적인 분류이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관찰과 조사가 필요하다. 열대식물이라고 해서 햇빛에 무조건적으로 강한 것도 아니다. 100%은 없다는 것을 늘 염두해야한다. 우리가 기르는 것은 생물이기에 그때 그때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집이 얼마나 건조한가, 그 해 날씨가 유난스럽진 않았는가 등의 식물과는 별개인 환경적 요소들도 많이 있다. 따라서 보다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재고 따지다가 식물을 키우기도 전에 지치겠다. 맞다. 그래서 통상적인 물주기 방법이 있다. 보통은 7일 주기로 물을 주고, 물을 줄때는 충분히 주는 것이다. 애매하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집마다 환경이 다르고, 그때 그때 날씨가 다르니까 7일 주기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때에는 그 식물의 흙이 마를 경우에 주면 된다. 흙이 마른다는 것은 손가락 한두마디를 흙에 넣었을때 말라있으면 그 흙에 수분기가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나는 물 주기에 대한 감이 안온다싶으면 일단 흙 속에 손가락을 넣어보자.


 물의 양도 애매하다. 적당히, 충분히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간단하다, 흙이 젖을 만큼 주면 된다. 주의 해야 하는 것은 너무 물을 안 줘서 흙이 바싹 말라있는 경우가 있다. 화분에서 흙이 뜰만큼 마른 경우에는 흙 속의 수분이 너무 없는 상태 물을 줘도 갈라진 틈으로 다 빠져버린다. 그래서 그 경우에는 조금씩 여러번 나눠 줌으로 흙이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부분 일정 주기를 가지고 물을 준다면 상관 안해도 되는 부분이다.


 식물은 흙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생물이다. 모든 식물들이 흙이라는 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 집이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모두 공급해준다. 따라서 흙의 상태를 살피는 것도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흙이 너무 말라있으면 관수 양을 늘리거나, 주기를 짧게 해주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흙이 말랐을 때 충분히 물을 주었음에도 식물의 상태가 영 별로라면 그 흙이 가지고 있는 수분을 식물이 감당하지 못한 경우 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적당한 주기를 만드는 것과 식물의 상태를 봐가면서 물을 주는 것이 적당하다.


Ⅱ. 피해식물들: 블루버드, 호주매화, 피토니아(힛토니아)

  세상에 모든 식물을 아는 것이 아니기에 나 역시도 많은 식물들을 죽여왔다. 식물을 키우는 데에 무엇보다 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각 식물마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애를 키우는 것보다 안 힘들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하나의 생명을 키운다고 하면 쉬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보다 쉽게 물로 죽이는 방법을 이해함으로써 다음에 맞이할 식물들이 보다 오래 나와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 물로 죽인 세 가지 식물들이 있다. 모두 한 때 내가 사랑했던 식물들이고, 내가 떠나보낸 식물들이다.


1)블루버드(제주 삼나무)

  블루버드는 이름에서 느껴지다시피 푸른 잎사귀를 가지고 있었다. 잎사귀에 하얗게 눈이 내려 앉은 듯한 자태는 나를 홀렸다. 정말 첫 눈에 반해서 키워야 겠다라고 데려왔었다. 그 영롱한 자태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블루버드는 꽃이 피지는 않지만 꽃을 맺는 아이들처럼 손이 많이 갔었다. 너무 직사광선은 좋지 않았기에 반그늘에서 키우는 것이 좋았으며 너무 건조한 것보다는 적당히 수분기를 유지했어야 했다. 당시 나의 화단은 해가 떠있는 동안에 직방으로 햇빛을 쬘 수 있는 환경이었다. 따라서 큰 화분 앞에 놓고 적당한 그늘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물도 적당히 3일에 한번 상태 봐가면서 줄려고 했었다. 2주정도 상태가 좋았던 아이는 푸른 빛을 아직 잃지 않았었다. 그런데..


 물 주기를 한번 놓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잎사귀 끝에 갈변했었다. 그래서 아차 싶어서 물을 주고, 상태를 봤었다. 갈변한 곳이 계속 갈변하기에 끝을 짤라냈었다. 그리고 그 갈변을 막을 수 없었다. 햇빛이 강했던 것 같고, 물 주기를 한번 놓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블루버드는 갔다...

2)호주매화

  호주매화는 알알이 맺힌 꽃봉오리가 예고하듯이 만개하면 상당히 예쁘다. 앞으로도 여러번 등장할 터지만 나는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매화는 달랐다. 알알이 맺힌 가지마다 조그마한 꽃들이 맻힌다. 하얀색, 분홍색 다양한 호주매화의 꽃 색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빨간색이 일반적이다고 한다. 잎사귀도 굉장히 뾰족하여 꽃이 피기 전에는 그 진가를 알 수 가 없다. 하지만 만개한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거기에 반해 호주매화를 데려왔었다.


  평소 꽃을 잘 키우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영양분과 물이 필요하다. 즉, 손이 많이 간다. 두번째는 나는 꽃이 지는 게 싫다. 지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이긴 하지만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식물이 더 좋았다. 그래도 호주매화는 특이했다. 알알이 맺힌 꽃봉오리들이 연달아 피기 시작하여 늦 봄까지 꽃을 피운다. 보통 개화시기를 놓치면 그 식물은 많이 약해진다.


  2월경에 호주매화를 데려왔었는데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기회가 남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늦게까지 꽃을 피울 수 있다하지만 이미 후반부에 돌입한 호주매화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일단 배양토와 마사토를 8:2 비율로 섞은 흙에 캡슐 형태의 영양분을 넣어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던 것일까?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잎사귀도 색이 바래기 시작했다. 물도 더 넉넉히 줘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80% 관수를 했었다. 약간 쫄았었다. 아직 환절기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호주매화는 갔다..


3)피토니아

  피토니아는 이름은 다르지만 레드스타, 화이트 스타와 같은 계열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잎사귀가 예쁘긴 하지만 피토니아와 같이 생긴 아이들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습기이다. 관수 후에 빽빽한 줄기와 잎사귀 사이로 습기가 찰 경우 그대로 사망한다. 그래서 끝까지 망설이긴 했지만 하얀 붓으로 그린 듯이 특이한 무늬가 예뻤다. 그리고 봄 맞이 싱그러운 식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데려왔었다.


   창가 쪽에 피토니아를 놓고 키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직 밤이 되면 쌀쌀한 기운이 남았기에 완전히 내놓고 키우기는 부담 되었다. 그래도 날씨가 풀리고 이내 창가에 내놓고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 몇 주간은 잘 자라는 듯 했다. 햇빛도 좋았고, 창문을 열어놨기에 환풍도 되니 습기가 찰 위험도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달 후에 피토니아는 사망했다. 이유는 습도 문제 였다. 아무리 창가에 있다해도 관수 후에 차는 습기가 문제였었다. 그리고 피토니아의 생김새를 보면 줄기와 잎사귀가 빽빽하게 나있다. 제일 좋은 관수는 그 빽빽함을 최대한 피해 주는 것이었다.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하는데 야생에서는 어떻게 생존하는 지 모르겠지만 레드 스타, 화이트 스타, 타라와 같이 줄기와 잎사귀가 빽빽하고 줄기가 얇은 식물들은 관수할때 잎사귀에 물이 닿는  부분이 썩곤 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힘든 부분이었다. 반면 줄리안 페페, 청페페 와 같은 페페들은 빽빽한 것에 비해 관수가 자유로웠다. (신홀리 페페는 예외이다. 다음화에 그 이유가 나온다.)





  이렇듯 똑같이 물주는 문제로 사망한 식물들이지만 그 이유는 다양한다. 식물 자체의 특성으로 물주는 방법도 달라진다. 햇빛의 양에 따라 달리 주기도 해야하고, 꽃 피는 시기가 다가올때면 세심하게 양을 조절해주어야 한다. 물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Ⅲ. 추도사

눈이 내리던 것 같이

한 폭의 그림같았던 모습은 이제 온 데 간데 없구나.

색은 흙으로 돌아갔고, 생은 끝이 났구나.

물을 잊지 말았어야 했나, 그늘을 주었어야 했나

이제는 부질없는 생각이구나.


알알이 맺힌 가지마다 생명이 가득했을 것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너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피우지 못했다.

영양제를 주었어야 했나, 물을 더 주었어야 했나

아니면 그냥 너를 보냈어야 했나.

겨울을 넘기고 다음 해를 볼 때까지 보지 못했다.

꽃을 보내야 했다.


짧은 만남은 언제나 아쉽다.

나의 욕심으로 너를 알았던 것인가.

아니면 나의 무관심으로 너를 보낸 것인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하늘에서는 마음 껏 꽃을 피우고, 생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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