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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렌더 이야기꾼 Jul 17. 2020

Sorry to bother you

관전포인트

Ⅰ. 소개

학기가 끝났다. 기말고사만 끝나면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하루 종일 뒹굴 거리다 원하는 영화를 원없이 본다는 것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자 하니 볼 것이 없다.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다면 나는 나의 성격대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배우나 감독을 정해서 그의 필모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괜찮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리키스 스탠필드라는 배우의 필모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영화는 <Sorry to bother you>이다.


Ⅱ. 관전 포인트 1: 대립과 상징 

영화는 복잡하게 이야기를 꼬지 않는다. 영화 안에는 많은 대립을 담고 있는 상징으로 가득하다. 

영화는 주인공 캐시어스 그린의 아침에서 시작된다. 캐시는 삼촌의 창고에서 여자친구 디트로이드와 함께 살고 있다. 분위기를 잡는 와중에 창고 문이 열리기도 하는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둘은 사랑하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하면서 소소하게 살아간다. 디트로이드의 바뀐 귀걸이도 칭찬하고,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그러던 중에 친구의 이력으로 리걸뷰라는 텔레마케팅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 캐시의 면접을 보던 상사는 거짓 이력임에도 캐시를 채용한다. 자신의 회사에서 필요한 점이 메뉴얼을 따르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캐시는 겨우 살아있는 자동차를 끌고서 출근길에 오른다. 40센트 어치의 주유를 하는 모습과 출근길의 빈민가의 모습은 캐시의 삶이 어느 지점에 있는 지를 알려준다. 늘 구부정한 캐시는 리걸뷰의 입구에서 자신이 올라가야 할 계단과 파워콜러 전용 엘리베이터를 바라본다. 캐시의 삶은 빈민가와 가깝지만 캐시의 눈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향해 있다. 


캐시는 텔레마케터로 최선을 다한다. 친절하게 전화를 걸어도, 매뉴얼을 따라 전화를 걸어도 캐시의 전화는 항상 끊어진다. 그러한 캐시의 모습을 보던 옆 자리의 할아버지는 한 가지 팁을 말해준다. 바로 ‘백인 목소리’ 를 내는 것이다. 뜻밖에도 목소리 변환에 재능이 있던 캐시는 그 능력을 가지고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다. 백인 목소리로 말하는 캐시의 전화는 끊기지도 않고, 계속된다. 이 부분에서 캐시의 삶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캐시의 친구인 스퀴즈의 주도하에 리걸뷰에서의 첫 번째 시위가 있던 날에 캐시는 파워콜러가 된다. 전화를 하지 않은 채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시위는 상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캐시는 불려 나간다. 해고를 예상한 것과 다르게 상사들은 당연하게 승진을 시켜버린다. 파워콜러가 된 캐시는 승승장구한다. 사회적 영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다. 삼촌의 빚을 해결하고, 밀린 방세도 내고, 더 큰 집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파티를 즐기며 고위층 사람들 과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백인 목소리로 그들의 영역 안에 발을 들인 캐시는 그 안에서도 계속되는 차별을 알게 된다. 파워콜러가 된 캐시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이 아니었다. 한낱 말단 파워콜러일 뿐이었다. 백인 목소리로 자리를 얻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 흑인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사회적인 영역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캐시였지만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아이러니하게 더욱 망가져간다. 디트로이드와 큰 집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 아침은 예전의 아침과 다른 아침이었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다른 둘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 평생 가장 여유를 주는 일을 관두라고?
그것은 여유를 주는 게 아니야. 도덕적으로 빈곤한거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었던 것은 서로 다른 상황을 설치함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 다는 것이었다. 즉, 캐시를 파워 콜러와 리걸뷰 시위대 사이에 배치함으로 갈등을 만들고, 두 상황을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캐시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자리와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자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의 여자친구인 디트로이드는 행위예술가였고, 그의 친구인 스퀴즈는 어딜가나 노동조합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둘 다 돈은 없었지만 삶을 즐기고 있었다. 많은 문제(헛소리)들 속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었다. 둘은 통하는 것이 많았다. 그 무렵 파워 콜러가 된 캐시는 또 다른 매뉴얼에 파묻혀 있었고, 디트로이드의 귀걸이가 바뀌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재밌는 것은 파워 콜러 전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매일 같이 헛소리를 들으면서 출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촌의 빚도 해결하고, 더 나은 집으로 옮긴 캐시는 여전히 백인 목소리를 낼 뿐이다. 캐시가 파워 콜러로서 파이를 넓혀갈 동안 출근길 눈에 걸리는 가난의 풍경들처럼 그들이 눈에 걸리는 것들이 있지만 쉽게 자리를 놓을 수 없었다.


Ⅲ. 관전 포인트 2: 동화적 서사 

영화 속 리걸뷰는 그저 한 회사에 불과하지만 파워콜러들이 파는 상품은 워리프리라는 거대회사의 상품이었다. 그들이 납품하는 상품은 노동자들의 노동력이었다. 영화 속에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선에 가깝다. 그리고 그들을 파는 리걸뷰와 워리프리는 그 반대지점에 있다. 


‘매뉴얼을 따라라’
‘우리는 하루를 바치지만 그들은 나누지 않아!!’ 


리걸뷰의 헛소리는 매뉴얼대로 따르면 파워콜러가 될 것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 말은 헛소리였다. 스퀴즈의 말처럼 그들은 노동자들의 하루를 샀지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들의 거대고객인 워리프리의 헛소리는 더 기가 막힌다. 캐시가 이 헛소리를 따라 가는 과정은 상당히 동화적으로 묘사된다. 디트로이트의 작품전시회를 떠나 하룻밤의 파티를 시작한 캐시는 관문을 깨듯이 진실로 향해간다. 그 과정은 비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파티가 고조될수록 캐시는 워리프리의 진실과 가까워진다. 캐시가 마주한 마지막 헛소리는 영화의 결말과 직결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스포하자면 자연적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춰 진화원리를 해석한 워리프리의 만행이 펼쳐진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미래의 노동자들은 워리프리의 희망이 되며 강도 높은 노동을 걱정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걱정은 워리프리 측의 걱정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몸이 아플 걱정도 없고, 노동자들의 불평과 불만에서 해방되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Ⅳ. 추천사

이처럼 비유와 상징이 많지만 꼬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제일 큰 매력포인트이다. 직선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게 다가온다. 충분히 예측은 가능하지만 반전은 재치 있다. 현실의 아픔과 문제들이 동화적 작법을 통해 풀어내서 거부감없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직선적으로 메시지가 던져지지만 이야기는 동화가 아닌 현실을 보게 만든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여지는 마지막 반전은 비현실적이어서, 허구적이서, 과장되서 더욱 현실의 문제를 부각시킨다. 


백인 목소리를 내던 캐시를 욕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질문을 따라다녔다. 사실 영화 속에서 캐시는 두 가지 목소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한 쪽에서는 나오는 목소리는 정중하고, 부드럽고, 따르기만 한다면 안락한 삶이 주어질 수도 있다. ‘매뉴얼을 따라라’ 그다지 과한 요구도 아닌 듯 들린다. 그 반대편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거칠고, 공격적으로 들린다. ‘우리는 하루를 바치지만 그들은 나누지 않아!!’ 그들의 편에 선다 한들 안락한 삶이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눈 앞의 대마를 쫓듯이 파워 콜러가 되었던 캐시를 마냥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것이 보는 내내 재미있는 지점이 되었다. 어느 쪽에 설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은 어쩌면 살면서 계속 묻게 되는 질문이지 않나싶다. 


캐시의 입장에서 캐시가 내린 선택을 따라 영화를 보면 더욱 재미있다. 

Watching for and stand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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