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 두려운 초보 프리랜서 강사
10월, 황금연휴가 '또 한 번' 찾아왔다.
개천절, 한글날로 연차만 잘 사용하면 열흘 넘는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는 달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연휴가 이제는 반갑지 않다.
분명 9월에도 많이 쉰 것 같은데 또 쉰다고? 오히려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다.
왜냐면 나는 올해 프리랜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으로서 한 해의 달력을 펼치고 연휴가 몇 개 있나 소중히 세어보면서 손꼽아 기다릴 때가 있었다. 그때는 오히려 연휴가 없다고 투덜투덜거리고 작고 소중한 연휴를 어떻게 알차가 보낼지 고민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반갑지가 않다.
나는 프리랜서 중에서도 연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직업을 가졌다.
연휴에는 무조건 쉬는 필라테스 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마다 페이를 지급받기 때문에 쉬는 날이 있으면 그날은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월급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얼마를 쉬는지 또는 얼마를 일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직 수업이 몇 개 없는 초보강사이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수업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저번 달에 이어서 이번 달에도 쉬는 날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내가 달에 받는 임금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루 받는 게 그렇게 큰 영향이 있어?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거의 한 달 치 월세가 공중에서 없어지는 수준이다.
물론 쉬는 날이 있어서 좋다. 나도 그 연휴를 활용해서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 한 편이 콕콕 찌르듯이 불편하다.
머릿속으로는 이번 달에 받을 급여의 숫자가 계산되고 있다.
휴가는 돈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기간 아니겠나.
휴가 때문에 돈을 잃어버렸는데 그 배로 또 돈을 쓰고 있다니.
'이번 달도 돈 모으기는 글렀다.'
처음 프리랜서가 되고 강사로 활동한다고 결심했을 때는 내가 일한 만큼 번다는 개념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일하던 업계는 특히 '열정 페이'라는 이름이 많이 사용되는 분야였고 나의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이 때문에 어디에도 스스로 일한 만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받는다는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근데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만 생각했지 일을 덜 못하게 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아직도 연휴가 남았다.
물론, 쉬는 게 좋고 즐겁게 보낼 계획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이제 당분간은 그만 찾아왔으면. 반갑지만은 않은 휴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