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이력서 드롭하는 캐나다 워홀러의 구직과정
나의 '알바'의 역사는 꽤 길고 다양한 편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는 아니지만 쉬지 않고 일을 한편이라 자부한다.
그리고,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무기력함이 땅이 꺼질 듯이 끝도 없이 깊어지는 편인 나는 나름의 '꿀알바'들을 잘 찾아서 했다고 자부한다.
한국에서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꽤 편리한 편에 속한다.
스크롤 몇 번에 전국에 있는 모든 아르바이트 정보를 볼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얼마를 주는지, 어떤 포지션을 뽑는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확인이 가능했으며 지원도 바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 참 번거롭다.
한국에서 간단히 하던 스크롤과 클릭을 캐나다에서는 만보가 넘는 걸음과 수많은 이력서의 출력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기도 온라인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일을 구해야 하는 워홀러의 입장에서는 지원해도 한 달이 넘게 연락이 없거나 읽지도 않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일단 거리로 나갔다.
어디서, 언제 사람을 구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걸었다.
손에는 나름 여기저기 참고해서 적은 영문 이력서, 즉 레쥬메를 잔뜩 들고서.
과정은 간단하고도 난감하다.
일단 가게 밖에서 창문으로 안의 상황을 지켜본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바쁘진 않은지, 그렇다고 너무 없어서 직원이 한 명뿐인 건 아닌지.
무엇보다 내 이력서를 친절하게 받아줄 것 같이 호의적으로 보이는지…
내가 처음 이력서 드롭을 시도한 곳은 캐나다 밴쿠버 다운타운 내에서도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가스타운이었다.
주변에 카페도 많았고 사람도 꽤 많은 곳이라 왠지 사람을 구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은 로망을 품을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무작정 여기저기 걸어가다 한 카페가 눈에 보였다.
한 번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일단 카페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손님도 적당히 있었으며 무엇보다 일 하는 두 명의 여성분들이 서로 웃으며 여유롭게 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래. 나도 저 사이에서 일하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가 봐도 이력서 전달하러 온 사람처럼 종이를 품 안에 들고서.
일단 주문을 하는 척 카운터로 갔고 오기 전부터 생각해 온 말들을 차근차근 꺼내려고 했지만,
해맑게 무얼 주문할 건지 물어보는 바리스타 분을 본 순간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희 사람 구하니? 나 일을 구하고 있어!”
“지금은 하이어링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곧 할 것 같아. 이력서 가져왔으면 매니저한테 전달해 줄게.”
다행히, “아니 안 구하니 이만 돌아가라”라는 차가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실제로 첫 번째 이력서를 내기 전 한 수많은 상상 속에서는 더 최악의 상황과 말들을 많이 떠올렸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은 뽑지 않지만 이력서를 받아주겠다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전형적인 그들의 대답을 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력서를 직접 전달하고 나를 어필한다는 건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단순히 종이로 또는 사진으로는 알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구직을 하는 사람 또한 단순히 가게의 외관, 정보, 페이를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와 매니저를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하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온라인보다는 길고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결과가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허탈함이 더하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밴쿠버 거리 곳곳을 다니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스몰토크’도 하게 되는 이 상황들 자체가 워홀러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사서 고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