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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꿍 Jun 13. 2020

#5. 연인 간의 거리

정해진 답은 없지만..!

매일 아침 9 to 밤 11 VS 주 2회


연애를 하면서 맞춰가는 것 중 한 가지는 데이트 횟수이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만나서, 잠들기 전까지 매일매일 함께하는 연애방식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주 2회 정도만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본인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있다. 연애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그 둘만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과정이다 보니 어떤 방식이 맞고 틀리다 라는 개념보단 다르다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연애를 하다 보면 이전 연애는 절대 못 떨어지는 연애였는데, 다음 연애는 서로만의 공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는 매 연애가 다른 사람과 만들어나가는 시간이다 보니 당연히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입학해서 시작한 첫 연애의 경우, 강의가 시작하는 아침 9시부터 같이 만나서 수업도 다 같이 듣고, 점심, 저녁도 같이 먹고, 밤 11시에 집 앞에 데려다줄 때까지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게다가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살다 보니 주말에도 2일 내내 만나서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하지만 다른 연애의 경우, 학생일 때도 데이트는 주 3회 정도 했다. 주말은 토요일 하루 정도만 함께하고... 직장인이 된 후, 시간적 제약과 급격한 체력 저하로 주 2회, 힘들 땐 주말 1회 데이트를 진행했었다. 이와 같이 데이트 횟수는 상대방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하고, 나의 상황에 맞춰서도 달라지는 거 같다.


20살 초반의 나는 데이트 횟수와 사랑의 깊이가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면 항상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거지! 어떻게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있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처음 주 3회 데이트 방식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상대방의 주장에 따라 억지로 맞춰진 것뿐, 나는 속으로 서운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독립심이 적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가족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살면서 나의 독립적인 공간이나 시간이 따로 가진 적이 없다. 거실에 모여서 함께 놀고, 잠도 같은 시간에 자러 가고... 모든 가정이 이렇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모두 이렇다고 생각했고, 남자 친구들도 함께 붙어있는 것에 익숙하고, 선호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이러한 성향에 더불어 첫 남자 친구가 매 시간을 나와 함께하는 것에 맞춰줬기에 나는 더욱더 확신을 가졌었다. '올바른 연애는 모든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고,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틀린 것이다'라고...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머지않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남자 친구부터 모두 이러한 연애 방식에 거부의사를 표했다. 심지어 6살 연상 남자 친구는 편지에 이러한 문구를 썼었다. 


'서로 손잡고, 멀리 서서, 거리를 유지하며 평생 함께하자'


처음 이 편지를 받았을 때, 23살의 나는 이해도 안 되고,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거리를 둬...? 사랑하면 안으면서 붙어있자고 표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몇 번의 연애가 끝나고, 이러한 나의 사고방식은 나 스스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의 시간을 보낼 줄 모르면 상대방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서 결국 나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연애에서 서로 의지하는 것은 좋지만, 의존으로 바뀌는 경우, 일방이 부담감을 느끼며 연애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했을 때 가장 열정이 넘치는지 적어보았다. 나의 경우, 베이킹, 요리, 뜨개질 등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려운 전문 서적보단 기욤 뮈소의 소설이나 자기 계발서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하며,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이러한 것을 파악하고, 일주일에 일정 시간을 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소형오븐, 거품기, 밀가루 등등을 사서 케이크도 만들어봤고, 뜨개질로 목도리도 떠보고, 기욤 뮈소 책은 모두 다 읽었으며, 애견카페에 종종 놀러 가서 강아지들과 놀았다.


이렇게 해보니 각자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나,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공간을 존중해줄 수 있는 것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후로, 상당히 성공적인 연애를 했던 것 같다. 데이트 횟수로 상처 받는 일도 없었고, 내가 내 시간을 밀도 있고, 성취감 있게 채울 수 있게 되어서, 의도치 않게 밀당을 하게 되었다. 


남자 친구 : 이번 주 금요일에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나 : 엇.. 미안해ㅜ 이번 주 금요일은 내가 선약이 있어서..ㅎㅎ 토요일에 만나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남자 친구 : 힝.. 그래!! 그러면 나도 집에서 좀 쉬어야겠다!


예전의 나는 모든 것을 남자 친구와 함께 했기에 선약이라던가, 나만의 개인 시간 이런 것으로 데이트를 거절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고, 거절하면 상대방이 무척이나 상처 받고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러한 이유로 내 약속을 미루면, 내가 후순위라는 생각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이제 깨닫고 보니, 이것은 선순위/후순위의 문제이기보다는 약속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하며, 상대방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남자 친구에게 동굴에 들어갈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남자 친구가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남자 친구와는 가장 이상적인 데이트 횟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서로가 자신의 공간을 유지하되 배려하며 맞추기'이다. 요즘은 주 2회 이런 식으로 요일과 횟수를 정해놓지 않고, 일주일마다 서로의 일정에 맞춰서 일정이 없는 날은 함께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 4회 붙어있는 경우도 있으며, 서로 바쁠 땐 주 1회 보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이렇게 하니 자기 계발과 연애를 병행하여 나도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 뿌듯하고, 이것을 함께 한다기에 상대방에게도 고마움이 들었다.


데이트 횟수에는 정답이 없고, 두 사람이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 맞다. 서로 현재의 방식에 만족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쪽은 더 보길 원하고, 한쪽은 각자의 시간을 존중받길 바라면 후자의 입장을 따라주는 것이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이유로 고민하고 있다면, 나처럼 내면을 채우는 작업을 진행해보길 바란다. 혹시 모른다. 나중엔 내가 오히려 '내 시간을 존중해줘'라고 말하는 날이 오게 될지..? 그리고 이것이 사랑의 강도가 줄어드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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