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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꿍 Jun 20. 2020

#6. 사랑이 식은 남자

예전의 그 남자는 사라졌습니다..

평생 너만 바라보고, 너만 사랑할게!


연애를 시작할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사랑이 샘솟는 연애 초기, 우리는 서로에게 달콤한 말을 해주며 사랑을 표현한다. 모든 사랑이 말대로 변치 않고, 아름답게 유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감정이란 것은 줄어들게 되고, 한쪽이라도 먼저 식어버리는 경우, 연인으로 이어졌던 관계는 끝을 맞이하게 된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만나서, 사랑을 키우고, 추억을 쌓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고, 서로 소홀해지며, 사랑이 식는 과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매번 찢어지고, 아프다. 7번의 연애, 6번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매 이별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나의 이별은 항상 변해버린 사랑에 눈물범벅이었고,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내가 먼저 식어서 헤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별의 순간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점만 다를 뿐, 왜 나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나 자신에 대한 미움과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음이 아팠었다.


나는 주로 내가 먼저 마음이 식어서 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번 중 4번은 내가 먼저 식었고, 1번은 서로 식었고, 마지막 한 번은 상대방만 식었다. 모든 이별이 아팠지만, 가장 아팠던 이별은 나는 준비가 안되었을 때, 차갑게 변해가는 상대방을 보던 때 같다.


회사 입사 10개월 차에 나는 꽤나 우울한 시기를 겪었다.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며 매너리즘에 빠졌고, 집-회사만 반복하고, 주말에는 별다른 약속 없이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삶에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삶에 문제점을 느낀 나는 운동을 시작하고, 악기도 새로 배워보고, 독서도 열심히 하며 나 자신을 가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몇 달만에 그 어느 때보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기애가 충만한 시기가 왔다.


나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 되면, 멋진 사람이 다가온다


자주 들었던 연애 조언인데, 이 시기 정말 멋진 사람(나중에 보니 최악..)을 만나게 되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1살 연상의 대학생이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그 전 연애들에선 들어보지도 못한 달콤한 말들로 나의 마음을 훔쳤고, 우리 둘은 정말 뜨거운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단 3개월 만에 아주 차갑게 식었다.


사귄 지 90일이 되었을 무렵, 나는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다. 출국이 이른 오전이어서, 출국 전날이 통화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었다. 결국 일본에 도착할 때까지 연락이 안 되었고, 나는 화가 나서 카톡을 보냈었다. 그러자 그에게 답장이 왔다. "미안, 일본 놀러 가는데 전화 못 받아서 화난 거면 미안해"라고... 미안하다는 건가..? 비꼬는 건가..? 마지막 데이트에서 정말 하하호호 너무 즐거운 시간 보내고, 여느 때랑 다른 게 없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차갑게 변한 거지? 내가 예민한 건가? 정말 백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여행하는 동안도 하루에 한 번 카톡 답장이 올뿐 연락이 거의 되지 않았지만 괜히 오해하지 말고, 극적으로 해석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자 본격적인 잠수가 시작되었다.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오전에 카톡 보내면 밤늦게 답장이 오거나, 아예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사실 잠수 이별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 겪어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에이.. 100일도 안되었는데..? 싸운 적도 없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나..?


그의 행동만 두고 보면 저주를 퍼붓고 '나도 너 싫다!'라는 식으로 끝내는 것이 맞지만, 당시 나는 그의 행동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공부가 힘들어서 그런 걸 거다... 취준을 앞두고 있어서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걸 거다... 나를 아직 많이 사랑하지만,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이러는 거다... 첫 소개팅 만남부터 짧지만 둘이 했던 데이트를 떠올리며 2주 넘게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는 자신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연락을 해왔다. 잠깐 만나자고...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헤어지자, 너도 알고 나왔지?"


아니.. 나는 당연히 다시 나를 붙잡을 줄 알았다. 내 머릿속의 그는 상황이 힘들어서, 현실이 힘들어서 잠깐 나를 밀어냈던 거지... 중간고사가 끝났으니 나를 붙잡아야 하는데..? 정말 황당하였었다. 그리고 나는 처절하게 그에게 매달렸다. 내 마음 식을 때까지만 이라도 옆에 있게 해 달라고, 나 만나기 싫으면 일주일에 1번 이어도 좋고, 아니면 카톡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나 지금 헤어지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이런 나에게 그는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모진 말을 내뱉고 떠났다.


사랑? 난 너 사랑한 적 없어. 100일도 안됐는데 무슨 사랑이야. 이제 네 생각이 안 난다고.


이렇게 갑자기 식어버리는 연애를 경험하니, 다시 사랑이란 걸 하기가 두려워졌다. 다 줘버렸다가 갑자기 떠나면 너무 아프니, 그 뒤로 마음을 주는 속도도 느려진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불신으로 시작하게 되고, 상처를 덜 받기 위해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연애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만 생긴 건 아니다. 어느 경험이건 배울 점이 있다고, 잠수 이별을 통해 배운 것도 있다.


상대방의 행동을 내 맘대로 해석하지 말자. 보이는 대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자.


마음이 식어서 나를 함부로 대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종종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서워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의 마음은 찢어지고 있을 텐데, 내 앞에서 일부러 강한 척하는 거야'라던가, 틱틱거리는 남자 친구를 보며 '츤데레여서 그래', '우리 오빠가 원래 표현에 서툴러' 등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는 여자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며, 여자 친구가 1순위가 아닌 사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정말 본모습 자체로 사랑받아야 마땅한 존재이다. 외모, 직장, 재력 등이 어떻건 모두 멋진 사람이고,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나의 삶을 갉아먹고, 어둡고, 괴롭게 한다면, 반드시 마음 굳게 먹고 생각하길 바란다, 당신의 삶을 놓을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왜 나의 삶을 존중해주지 못하는가...


나는 현재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가 있다. 내가 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가?'이었다. 그와 있으면 내 삶 자체가 존중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함께 삶을 앞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 그는 나에게 종종 "나는 너 자체로 너무 좋아, 나를 위해 억지로 바뀔 필요 없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내가 자책하는 말을 하는 날이면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데! 넌 정말 대단한 존재야~"라고 나의 기운을 볻돋아준다. 그리고 연애 초반부터 사귀는 내내 변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믿음을 주었다.


변해버린 남자 친구의 행동에 혼란을 겪고 있다면, 나만의 해석이 아닌 그의 행동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프겠지만 나를 갉아먹는 연애는 당장 멈추길 바란다. 이별하면 아플까 봐 버티는 건 이미 연애가 아닌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당신과 함께 삶을 발전시켜나갈 인연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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