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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유니 Dec 29. 2020

당신은 몽상가인가요?

삐빅 - 잘못된 질문입니다.

2021년을 3일 앞둔 날의 메모.


자연을 향한 무의식적인 그리움은 내게 가장 큰 영감이 된다.

바위에 귀를 가져다 대도 맥동이 들릴 것만 같다.

거기엔 숨이 없지만, 이 거대한 사이클 안에서 어떤 날의 돌가루는

언젠가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세포 속에서 눈을 뜰지도 모른다.

날 이루는 모든 물질들도 자연에서 빌려 왔다.

언젠가 돌려 주게 되겠지.

나의 나약함이 이제 전만큼 싫지는 않다.

살아 있으니까 나약한 거겠지요.

살아 있는 세상 속에 있으니 오늘의 앎이 내일의 무지가 되는 거겠지요.


-


몽상은 단단한 현실 위에 지어진 성,

현실이 흔들리면 몽상도 무너져 내린다.

몽상가가 되려면 누구보다 현실적이어야 하는 것 같다.


아, 사실 몽상가와 현실적인 인간이 어디에 따로 있겠는가.

이성적인 인간과 감성적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n분법은 언어의 부작용일 뿐이라 생각한다.

사진 속 오로라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스포이트 툴로 찍어낸 단색 속에서는 오로라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넓게 하지만,

개개인 본연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어딘가를 콕 집어 단정해 버리기도 한다.


-


요즘은 세리프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인다.

먼 옛날, 필기도구의 종류가 서체에 영향을 주던 시절의 화석 같다.

살아 있는 사람이 숨을 조절해 가면서 썼을 살아 있는 글씨들.

이것 봐, 역시 살아 있는 것들의 궤적은 아름답다.


-


오늘 발견한 조용히 듣기 좋은 노래

류이치 사카모토 energy flow

들으면 바다에서 내가 태어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냥 대상 없는 그리움이 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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