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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Feb 15. 2024

여자배구 빅매치 직관 후기입니다!(수원체육관)

현대건설 vs 흥국생명(24.2.12.), 치열하지 못했던 경기


 정말 오랜만에 배구 경기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현재 1,2위의 경기인 <현대건설 vs 흥국생명> 경기를 수원체육관에 가서 직접 보고 왔습니다.     


 한 때는 <여자배구홀릭>이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연재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회사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여자배구를 챙겨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를 보며 배구 소식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글까지 쓰는 건 무리였죠.


 그러던 중 절호의 기회가 생겨 배구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치열했던 티켓 예매에 성공했고, 만원 관중이 들어 찬 수원체육관에 다녀왔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현대건설 선수들이 저를 반겨줬습니다!




 혹시 길이 막힐까 싶어 일찍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교통 상황은 원활했고, 경기 2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체육관 근처 산책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었죠.


 타이밍을 놓쳐 현대건설 선수들은 못 봤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볼 수 있었습니다.


결연한 표정의 김연경 선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경기를 한 줄로 요약하면 딱 이것이었네요. 부푼 기대를 가지고 갔던 배구 직관은 1시간 반 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현대건설은 14점, 18점, 20점 만을 겨우 내며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를 했습니다.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는 현대건설 선수들

          

 


 기본이 안 되는 팀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배구의 시작이자 기본은 리시브입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날 현대건설은 기본부터 무너져 버렸습니다. 위파위 선수의 결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흥국생명이 몇 개의 서브범실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바로 기본인 리시브의 차이였습니다. 리시브가 안되니 현대건설의 장점인 미들블로커를 살릴 수가 없었죠. 단 7점에 그친 양효진 선수의 처참한 기록이 이를 증명합니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 레이나, 김해란 선수 모두 안정적인 리시브를 보여줬습니다. 서브범실 외에는 범실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현대건설은 20개의 범실로 자멸한 것과 대조적이죠.


 선수들도 사람이라 경기 당일 컨디션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점프가 평소보다 낮을 수도 있고, 타이밍이 조금 엇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시브만큼은, 수비만큼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수비에서는 기복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기본이 안 되는 팀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흥이 오른 흥국생명 막을 수 없었습니다.    

 

 상대의 수비가 아무리 흔들려도 우리의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겠죠. 하지만 이 날 흥국생명의 공격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특히 김연경 선수의 공격은 위력적이었습니다. 긴 팔과 다리를 활용해 코트 구석구석에 정확히 공을 꽂아 넣었습니다.


 속공을 거의 쓰지 않고 오픈 공격 위주로만 경기를 했음에도 흥국생명은 경기를 압도했습니다. 아본단자 감독은 작전타임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비디오판독만을 사용했고, 대부분 성공시켰습니다.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김연경 선수

 


 응원은 경기 내용에 비례합니다.     


 이 날 경기는 현대건설의 홈인 수원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당연히 홈팬들이 훨씬 많았고, 흥국생명 원정팬들은 경기장에 3분의 1 정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함성은 경기 내용에 비례합니다. 관중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호와 함성을 지를 수 있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느냐가 중요할 뿐이죠.


 경기 시작부터 흥국생명이 압도했습니다. 이에 비례하여 함성 소리도 흥국생명 쪽이 훨씬 컸습니다. 관중 수는 현대건설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됐지만 함성소리는 현대건설의 2배는 되는 듯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경기 내내 리드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고, 응원 역시 완전히 흥국생명의 기세에 눌렸습니다.


 경기를 잘해야 흥이 나고 응원의 목소리는 커지기 마련입니다. 현대건설 팬들은 제대로 응원 한 번 못해보고 허무하게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양효진 선수

     


 선수들은 아이돌이었습니다.     


 이번에 경기를 직관하면서 놀랐던 건 사진을 열심히 찍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대포 카메라라고 불리는, 주로 아이돌을 찍는 데 사용되는 고급 카메라를 가지고 온 팬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았던 팬도 저와 마찬가지로 혼자 왔는데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선수들은 팬 서비스도 열심히 해줬습니다. 경기를 너무 쉽게 져서 기분이 많이 안 좋았을 현대건설 선수들도 버스 타기 전에 팬들에게 인사하고, 싸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줬습니다.

    

 저는 처음에 한 발 물러서서 선수들을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선수들을 마주하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선수들이 제 눈앞에 지나가니 이 순간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선수인 현대건설의 브레인이자 4라운드 MVP 김다인 선수에게 조심히 사진을 요청드렸습니다. 경기에 져서 계속 김다인 선수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사진 찍을 때는 웃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출처 : 한국배구연맹 포스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정규시즌 우승은 손쉽게 현대건설이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태업과 함께 더 이상 치고 올라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흥국생명의 승리로 두 팀의 승점차는 이제 딱 3점입니다. 아직 맞대결도 한 번 남아있습니다! 현대건설이 한 번 주춤한다면 충분히 두 팀의 순위는 바뀔 수 있다는 말이죠. 우승팀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윌로우 존슨의 영입과 함께 흥국생명은 다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설의 투수 랜디 존슨의 딸답게 윌로우 선수는 멋진 프로 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윌로우 선수는 시즌 중간에 합류했음에도 팀에 잘 스며들고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정도로 위대한 투수였던 랜디 존슨은 뛰어나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22년간 선수활동을 했습니다.

 부전여전(父傳女傳). 그 딸은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야구에는 유명한 격언이 있죠.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과연 여자배구의 끝은 어떻게 날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번외로


 배구 경기의 특성상 무언가를 먹을 시간이 별로 없긴 합니다. 세트 사이의 쉬는 시간마저 매우 짧아서 쉴 틈 없이 경기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체육관 안에는 음료 자판기만이 있었습니다. 야구장과는 다르게 먹는 즐거움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더군요.


 하지만 실내체육관은 따뜻해서 좋습니다. 겨울 취미 생활로 딱입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훈훈한 열기가 온몸을 채워줍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정말 가까이 있습니다.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날이 아직 추워서 놀러 갈 곳이 애매한 분들에게... 심심한 분들에게... 배구 직관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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