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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Nov 08. 2021

동물병원 에피소드
그남자 - 장군의 아들

동물병원 에피소드 

그 남자 -- 장군의 아들


4마리의 개가 스케일링을 하러 동물병원에 왔다. 구성원은 아빠 개, 엄마 개 그리고 아들 개, 딸 개 

아빠개 이름은 보이, 엄마는 이쁜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이 차 이름이라 기억 하기가 쉽다. 얼마나 단란한 가정을 보는지 참 부럽다. 개한데 부러우면 지는 건데 난 1패였다. 개 품종은 한국에서 잘 볼 수 없어 언뜻 보기엔 시고루자브종 같이 보였지만 프랑스 태생인 듯 하다. 나이에 비해 치석이 너무 심했고 흔들리는 이빨도 있었다. 4마리를 정성을 다해 진료를 했다. 보호자는 유도선수 포즈를 하고 계셨지만 쌍커플 눈은 귀여움이 넘치셨고 뭔가 힘을 많이 쓰시는 일을 하셨을 것 같았는데 반전이 있었다. 그는 건축을 전공하셨고 뉴욕에서 젊은 시절 건축 설계 일을 하셨다고 했다. 그 느낌은 분명 장군의 아들 같다. 최근 들어 뵌 분 중에 가장 인텔리 하셨고 특히나 개를 무척이나 아끼셨다. 주로 대형 견을 키우셨던 분들의 특징은 개를 진짜 사랑 하신다는 거다.


현재는 자신이 설계한 집에서 취미로 가정 견 호텔을 하시고 나 또한 여행시에 병원에 있는 좁은 케이지에 호텔링 하지 않고 보이네 집을 이용했다. 우리 개가 좋아하기에 잘 지내기에 믿고 맡겼던 곳이다. 그 맘 속에는 우리 집 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공기 좋은 곳이니 내가 못 지내는 것에 보상 같은 맘도 있을 것 같다.


얼마전 젊은 시절 키웠던 샤페이에 관한 일화를 듣게 되었다. 다들 나름의 개 사연이 있고 그 얘기들은 다들 소설 같았지만 뉴욕 샤페이 사건은 재미있었다. 젊은 시절 유학 갈 때 명품 잡지를 주로 많이 보셨는데 항상 잡지 뒷장은 개 사진이 있었는데 그 개가 샤페이였다. 그 당시에 어마 무시한 금액을 주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서 귀여움 폭발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개를 분양 받았다고 했다. 어렵게 구한 개를 대학 유학시절 미국으로 데리고 가셨다. 사람도 가기 힘든 미국을 그 당시 샤페이와 함께 유학 길에 오르신 거 보면 특별한 내공이 있으셨던 것 같다.  공부하기에도 너무 힘들었는데 그중 제일 힘든 게 그 녀석과의 산책 이였다. 무조건 그 개는 다른 개를 만나면 싸우고 물었다고 했다. 미국에선 개을 산책 안 시키는 건 범죄에 가까운 큰 일이라 다른 개를 만나는 낮에는 산책을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궁여지책 끝에 새벽 서너 시에 센트럴 파크를 뛰었다고 했다. 젊었으니 가능했던 일 이였을 것이다. 개들을 무는 행동 교정을 어떻게 치료 받을지 상담 하던 중 중성화 수술을 하면 온순 해져서 좋아질 꺼 란 정보를 듣게 되었다. 햄버거 콜라 값을 아끼면서 마련한 큰 수술비로 수술을 시키게 되었고 결과를 너무 기대하게 되었다

여기에 또 반전은 개 랑만 싸우고 물더니 수술 후에는 인간에 대한 배신감인지 사람까지 물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사람을 크게 물게 되었고 재판에 회부되어 판사 앞에 까지 갔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기 집안 담장 안 이였고 들어온 사람의 잘못으로 정단 방위를 판결 받아 사형을 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명품을 주로 파는 백화점이 있었는데 당연히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장소 였지만 80년대 그 당시에도 미국에선 부의 상징이 샤페이 개였다고 한다. 백화점 주변을 산책하고 있을 때 경비원 아저씨가 그 개는 백화점에 들어와도 된다고 친절히 안내를 해주셨고 개를 데리고 백화점을 들어갔을 때 매장내 직원들이 개 구경하러 모여들었던 추억 같은 일화를 말씀해 주셨다. 

성질 더러운 참 키우기 힘든 녀석 이였지만 생이 다하는 날까지 보살펴 주셨다는 해피앤딩 이였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17살 세퍼트, 얼마나 완벽한 성품을 가진 개인지 같이 산 17년 내내 사람과 똑 같은 대화를 했고 눈빛 만으로도 통했다고 했다. 그런 개가 한번도 자기 말을 안 들은 적이 없었는데 죽기 일주일전부터는 말을 듣지 않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 나가 있었다고 했다. 야생의 무리에선 죽을 때가 되면 그 무리에 피해가 가지 않으려고 무리를 이탈한다고 하는데 이 녀석도 죽을 때를 아는지 자기랑 같이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날 개는 세상을 떠났고 지금도 개랑 나눌 수 있는 모든걸 같이 한 가슴속 사랑이라고 하셨다. 개를 진정 사랑하고 시간을 같이 보낸 분들과의 대화에선 항상 삶이 풍요로웠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참 영원처럼 간직 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얼마전 접종을 하러 4마리를 한 차에 가득 실어 오셨다. 광견병과 마이크로 칩을 같이 하면서 부작용을 설명 드렸더니 괜찮다고 쿨 한 대답을 하신다 “괜찮아요 갠 데요~”반전 있는 대답에서 느낄 수 있다. 장군의 아들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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