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 홍대 미대 두번째 이야기
그녀에겐 3마리의 노령 견이 있었고 다들 형제였다. 얼마전 8월에 한 마리를 심장병으로 먼저 보내고 겨우 슬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두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3마리개가 형제들이고 18살이니 평균수명보다 다 오래 건강한 편이였다고 한다. 갑자기 17살 즈음 질병이 찾아 왔으니 그전엔 그냥 잘 지내는 3마리의 식구들이 였을 것 같다. 항상 일 마치고 오면 챙겨주고 예뻐 해주고 기쁨을 주는 존재들. 얼마전 글에 베컴이가 세상 떠난 얘기를 했었다.
이번엔 핑크 란 이름의 개인데 만성 신부전이 찾아 왔다. 아무래도 나이 들면 모든 기능들이 약해 지는 건 인지 상정 인 듯 한데 너무 갑작스럽게 신장이 나빠졌음을 알게 되었고 만성 신부전증에 거의 마지막 단계인 걸 알게 되었다. 핑크는 주치의가 병원 원장님 이였고 지난 주말 정도에 더 나빠짐을 알고서 24시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사실 놀라운 건 내가 주치의 였으면 더 좋아질 수 없을 상황인데 큰 병원에 가는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고, 사실 고비만 넘기면 더 살수 있을 꺼 란 희망으로 큰 병원에 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라 4일간 면회가 안되었다고 했고 병원비는 정말 많이 나온 것 같았다. 주치의가 있고, 노령 견이면 사실 누군가 곁에서 나의 생각을 얘기 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해보지 않으면 안 해서 미련이 남을 것이고, 큰 병원에 안 가서 죽으면 더 큰 미련이 남기에 다들 응급으로 달려가긴 한다. 그러나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면 병원비가 많이 들어도 고치는 걸 주저 하지 않지만 조금 더 남은 시간 때문에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안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보호자라면 지금 남은 시간을 더 알뜰히 보내며 너로 인해 행복한 시간들을 고맙게 다독여 줄 것 같다.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도 면회가 안되는 것이 큰 병원 정책일까? 죽음을 넘나드는 18살 노령의 개에게 보호자 면회도 없이 4일을 보내게 한다는 건 나의 상식과 정서에 반하는 일이다.
오늘은 주말이라 핑크 언니랑 잠시 통화를 했다. 큰 병원에서의 속상한 일과 전문가가 아니라서 느끼는 점들. 많은 병원비, 힘이 하나도 없는 핑크의 상태. 얼마를 더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어떻게 답을 해야 될까? 점쟁이가 아닌데 언제 죽는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단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안음을 알 뿐이다. 이별은 참 슬프다. 곁에 없다는 거 항상 이십 여년을 곁에 있었던 따뜻한 존재가 없어진다는 건 무엇으로도 상쇄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 행복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 순간들을 같이 보냈음을 안다면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를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보내줘야 한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우리 개를 닮은 구름모양에도 눈물이 나는 날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홍대 미대 그녀를 어찌 위로를 할 수 있을지? 마음 한구석이, 머리 속 한군데가 계속 찡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