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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at Aug 10. 2023

뉴요커들의 동반자

뉴욕과 카트

뉴욕에는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뉴욕의 마천루, 그 안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센트럴 파크, 냄새나기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매일 수많은 뉴요커들의 발이 되어주는 뉴욕 지하철 등등 뉴욕 하면 바로 떠오를 법한 것들이 무수히도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 주목받진 못하지만 뉴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뉴요커들의 동반자와 같은 아이템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카트. 


한국에서 카트 하면 보통 마트에서 쓰는 카트가 먼저 떠오른다.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마트용 카트 (출처: 11번가)


그런데 뉴욕에서 말하는 카트는 주로 쇼핑카트(shopping cart)라 불리는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카트다.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트 (출처: Amazon)


뉴욕 특히 맨해튼의 특성상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면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고, 차를 이용하더라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이 차보다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차를 이용하면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차에 싣고 가면 그만이지만, 도보나 대중교통일 이용하면 그것을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옮겨야 된다. 


뉴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들


그래서 뉴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카트를 끌고 걸어 다니는 뉴요커들의 모습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이 가장 뉴욕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뉴요커들의 특성상 이런 가정용 쇼핑카트는 어느샌가 이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그러다 보니 유독 뉴욕에서 이러한 모습들을 빈번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뉴욕 안에서 카트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물쇠에 묶인 카트. 뉴요커들에게 카트는 이만큼 소중하다. 


나도 뉴욕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바로 카트였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나 무언가를 옮길 때 이런 가정용 카트만 한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카트 끄는 여러 뉴요커들을 자주 접하면서 눈에 익숙해진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얼마 사용하지 않은 카트를 주변 지인 분이 넘겨주셨고, 연장 손잡이까지 따로 달아가며 열심히 쓰고 있다. 지금까지 마트에서 장 볼 때마다 항상 함께했고, 이사 때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한 번은 많은 책을 반납할 일이 있어 카트에 몽땅 담아 반납하러 갔던 적도 있다.


매일 열일하는 내 카트


카트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마트가 대표적인데, 마트 말고도 빨래방에서 카트를 자주 목격한다. 뉴욕의 건물들은 대부분 오래전에 지어져서 집 안에 세탁기가 없는 집들이 훨씬 많다. 주로 새로 짓고 비싼 아파트들에만 각 집마다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아파트들은 1층이나 지하에 따로 세탁실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없으면 외부 세탁방에 가서 세탁을 해야 된다. 처음엔 이게 너무 불편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샌가 빨래하러 자연스레 1층으로 내려가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이 또한 뉴욕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외부 세탁기를 일정 금액을 지불해서 사용해야 되다 보니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빨래량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카트가 함께 등장한다.


빨래방까지 지키는 뉴욕의 카트들


뉴욕에서 카트는 특별하다. 매 순간 발과 손이 되어주는 뉴요커들의 필수 아이템이자 동반자인 셈이다. 얼마 전 우리집 카트에 토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뜻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아내가 그렇게 부르자더라. 처음엔 카트를 사용하는 게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는데 이젠 없어서는 안 될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비록 화려한 뉴욕의 모습에 가려 카트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는 진부한 아이템이라서 카트의 중요성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카트만큼 뉴욕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일상 속 아이템이 또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카트는 뉴요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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