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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썬 Feb 27. 2022

모든 게 꼬여가는,
혼돈의 2020년 3월

핀란드 교환학생 - 31 /  코로나로 이상함이 감지되던 2020년 3월

1) 꼬여가는 크로아티아 여행

우리나라는 한번 학기가 시작되면 종강하기까지 방학이 없지만, 핀란드의 경우 봄학기 기준 2월에 한 주, 3월에 한 주 방학이 있다. 그래서 3월 방학을 이용해, 평소 가고 싶던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 했기에 크로아티아를 가고 싶어 하는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2월 중순부터 유랑(네이버 카페)을 통해 여행 동행을 구했고, 우연히 구한 여행 동행이 학교 동문이라 계획이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3월이 되자 계속해서 문제가 생겼다.


- 동행 취소 연락

여행 동행 분은 해외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었는데, 3월 1일 근무하던 국가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져서 회사에서 해외 출국을 막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고 5일 뒤인 3월 6일, 회사에서 출국을 막았다고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으니, 나에게도 여행을 취소하는 게 어떤지 권유하셨다. 환불불가 항공권을 사둔 상황이었던지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 숙소 취소

숙소 예약 취소를 사과하는 호스트 메일

2월 중순에 예약했던 숙소에서 3월 8일 연락이 왔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아쉬웠지만, 나이가 많은 분이 운영하는 조그만 숙소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일을 받은 뒤, 다른 주변의 호텔 중 운영하는 곳이 없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연락을 마쳤다.


- 비행기 일정 변경

터키항공의 항공기 일정 변경 메일

그런데 3일 뒤인 3월 11일,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메일을 하나 받는다. 터키항공의 일방적인 비행기 일정 변경 메일이었다. 헬싱키로 복귀하는 비행기가 이틀 늦춰진 일정이었다. 계획보다 헬싱키 복귀가 늦어지면, 학교 수업을 못 듣는 상황이었다. 환불불가 표였지만, 항공사 측의 일방적인 비행기 일정 변경이기에 비행기 취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사에 메일을 보내 두었다. 여행사에서 코로나로 인해 답변이 늦어진다고만 메일이 와서, 결국 터키항공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취소를 했다. (실제로 이때 취소한 항공기 비용은 1년 뒤에서야 입금됐다..)


2) 자교(한국 대학교)의 귀국 권고

귀국을 강력히 권고하는 자교 메일.

3월 초부터, 학교 국제팀에서 학생들의 안전도 확인하고, 귀국 시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 상황이 너무 걱정된다는 등 걱정 메일들을 여러 차례 보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항공권을 취소한 지 이틀만인,  3월 13일 자교(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에서 귀국 강력 권고했다. 귀국을 할 시 3가지 선택을 할 수 있고 이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급하게 자교의 수강신청을 통해 학기를 듣거나, 휴학을 하거나, 교환교 수업을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듣는 3가지 선택지였다.


3) 파견교의 원격수업(온라인 수업) 진행
파견교의 원격수업 진행 공지 메일

자교의 귀국 권고 메일을 받은 지 2-3일 뒤인 3월 16일, 파견교(핀란드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4/30까지 진행한다고 연락이 왔다. 이로써, 한국인 교환학생 대부분과 많은 교환학생 친구들이 귀국을 결정했다. 이 날, 핀란드에서는 오후 5~6시경"국경 폐쇄"에 대해 발표했다.


4) 핀란드에서 처음 경험한 인종차별

3월 18일, 원격수업 진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트에 음식을 사러 잠깐 나가는 게 아니면 계속 집에 있었다. 방에서 노트북을 보면서 계속 앉아있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일어서서 창밖을 보았다. 백인 남성 2명이 쓰레기를 버리러 가길래, '아 쓰레기를 버리는구나' 생각하면서 쳐다봤다. 하지만 그중 1명이 나를 바라보며 “코로나~ 코로나~” 하면서 크게 노래를 불렀다. 나에게 들으란 듯이…. 창문을 닫고 커튼을 닫았는데,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가면서도 이 노래를 불렀다.

난 정말 당황스러웠다. 처음 겪는 인종차별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기숙사에 인종차별에 대해 주의해달라는 공지사항 작성을 요청하고, 무서워서 친구 몇 명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스페인 친구가 한번 더 그런 일이 있다면 자기가 찾아와서 이야기해주겠다고 날 위로했다. 그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하루 이틀 지나고 생각해보니, 기숙사 내에 함께 있었으니 핀란드인이 아니라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바뀌는 상황에 너무도 혼란스러웠던 2020년 3월이었다. 즐겁기만 하던 교환학생이라는 연못에 큰 돌이 하나씩 던져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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