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고구마 찾기

핀란드 교환학생 - 30 /  특명 : 고구마를 찾아라(재밌는 에피소드)

출처 : Finlands svenska Marthaförbund (핀란드 스웨덴 Martha협회)

Q : 위 사진에서 고구마를 찾으세요.

위 사진에서 고구마는 뭘까요? 제일 위에 있는 ROSAMUNDA? 아니면 가운데에 있는 ASTERIX?

정답은....

"고구마가 없다"입니다. 위 사진에 고구마는 없고, 모두 핀란드/스웨덴에서 판매되는 감자들입니다.

---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감자를 많이 먹는 것처럼, 핀란드도 추운 나라 중 하나라 마트에 감자가 정말 많았다. 아무리 작은 마트여도, 감자 종류가 2개 이상 있었다. 하지만 난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가 먹고 싶었다. 추운 날 고구마 하나 정돈 먹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설이 다가오던 시기라 고구마전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 근처 마트 2개와, 집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마트 1개, 학교 근처 1개, 총 4개 마트에 고구마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고구마를 찾아 헤맸다.

다양한 종류의 감자를 파는 핀란드 마트 (출처:http://www.xn--mnnistnperuna-bfb9y.fi/?page_id=140) Aromäki농장 블로그

하루는, 대형 마트에 들렀다가 평소보다 감자 종류가 많은 걸 보고 이 정도면 고구마를 팔 수도 있겠단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자를 8종류 정도 팔았던 것 같은데, 그 옆에 고구마가 마련되어 있었다.

출처 : Knuutilan perunatila (https://bit.ly/3otmQCi)

감자처럼 동글동글한 게 많긴 했지만, 길쭉길쭉한 걸 보면 고구마가 맞아서 얼른 몇 개 집어서 집에 들고 왔다. 하지만 요리를 하기 위해 단면을 잘라보니, 뭔가 이상하다. 이건 고구마가 아니라 홍감자였다. 이건 위에 "고구마를 찾아라" 사진에서 보인 감자 중, Rosamunda였다... 감자에게 속았다...

그다음부턴, 감자가 핀란드어로 peruna, 고구마가 핀란드어로 bataatti 인걸 외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헬싱키 내의 숲을 다녀왔다가 버스 배차시간이 길어 우연히 들어간 s-market(체인점 마트)에서 고구마를 발견했다. 또 속고 싶지 않아, 가격표를 확인하니 bataatti, 고구마가 맞았다. s-market이 다른 마트 체인에 비해 비싸긴 했지만 고구마를 놓치고 싶지 않아 얼른 1개 구입했고 집에서 고구마전을 해 먹었다.

해냈다. 고구마.

그 뒤에도, 집 기준으로 네 정거장 거리의 마트에서 고구마를 판매하는 걸 알았고, 지난번 s-market보다 더 저렴한 lidl(체인점 마트)이었기 때문에 고구마를 2개 사 와서, 집에서 고구마를 잘 삶아먹었다.

---

사실, 이 외에도 식재료 관련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대파인 줄 알고 잘 사 먹던 것이 알고 보니 대파가 아니었다. 핀란드어로 purjo. 대파가 아닌 "리크(leek)"라고 한다.

핀란드어 : Purjo, 한국어로 리크(leek). 출처 : k-ruoka.fi

실제로, 리크를 "서양 대파"로 부르기도 하고, 서양에서 대파를 "아시아 리크"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파와는 종이 다른, 코끼리마늘의 재배종이라고 한다. 대파보다 줄기가 굵고 통통하며, 감칠맛이 강해 구이나 볶음 요리 등에 쓰인다.

처음 purjo를 먹었을 때, 핀란드의 대파가 달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재료였다. 그래도 대파 대용으로 손색없으니 요리하는 데엔 이상 없다.

---

해외 생활에서 언어의 장벽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마트의 경우 식재료들이라 번역기를 쓰는 대신, 한국 마트에서 보던 것처럼 익숙하게 생기면 그냥 기존에 제가 알던 거라고 생각하고 구매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홍감자vs고구마, 대파vs리크 에피소드가 생겼네요. 해외생활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추억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