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에 대한 시선은 단순한 미덕을 넘어 다양한 층위를 갖는다. 겸손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시대와 문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편으로 겸손은 자신의 위치를 겸허하게 인식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고귀한 태도로 여겨지는데 이는 공동체를 존중하고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적 문화와 결합해, 겸손이 단순한 겸양을 넘어 책임감과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은 타인과 조화롭게 지내려는 의지로 여겨져 그 사회적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러나 겸손에 대한 시선은 그 반대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는 겸손은 자존감을 해칠 위험이 있으며, 사회적 기대에 맞춰 겸손을 강요하는 문화에서는 자기표현과 개성마저 억제될 수 있다. 이러한 과도한 겸손은 자신의 가치를 불필요하게 축소시킴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때로는 자아를 억압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겸손이 오히려 자기 검열의 도구가 되는 경우, 이는 건강한 자아 성찰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식하여 자신의 진가를 가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게다가 겸손이 성공이나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데 방해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고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겸손이 오히려 불리한 점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겸손을 미덕으로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오히려 자발적이고 솔직한 자기표현이 위축되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결국, 겸손에 대한 시선은 '어떻게 겸손할 것인가'보다는 '왜 겸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아 존중을 바탕으로 균형 있게 이루어질 때 건강한 겸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재밌는 일화가 생각났다.
나는 공기업에서 5년째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맡은 일을 꼼꼼히 처리하고, 팀을 위해 늘 헌신적으로 일한 덕분에 동료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늘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로 일해왔다.
회사는 매년 승진자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을 진행했지만, 나는 늘 "저는 별로 한 게 없어요. 저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라며 다른 사람을 추천하곤 했다. 동료들이 "너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어"라고 응원했지만, "그저 팀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해요"라고 말하며 나를 낮추기 바빴다.
결국 나보다 경력도 짧고 실적도 부족했던 동료가 승진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그 사람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후에도 더 큰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찾아왔지만, 나는 또다시 겸손한 태도를 취하며 여러 번 기회를 양보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사들은 내가 의욕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했고,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것도 점차 꺼리게 되었다. 나의 겸손이 오히려 나를 성장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겸손했던 태도가 나의 가치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겸손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는 태도는 나를 성장과 기회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내 능력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겸손이 때로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스스로가 해낸 성과와 능력을 존중하고 드러내는 것 또한 건강한 자기 존중의 일부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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