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유진에게 어머니의 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다. 유진이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유진을 품에 안고 달래 주었다. 유난히 잦았던 밤벌레의 울음소리에도, 어머니의 손길과 노랫소리는 유진을 금세 잠들게 했다. 어머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며 작은 손을 꼭 잡아주곤 했다.
“우리 유진이, 엄마가 항상 너를 지켜줄게.”
어머니의 말은 그 시절 유진에게 절대적인 약속 같았다. 하지만 유진이 더 자라면서 어머니의 얼굴에는 점점 그늘이 드리워졌다.
어머니가 가끔 한숨을 내쉬며 유진을 꼭 끌어안을 때면 거실에서 술에 취한 아버지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코올 냄새가 짙게 풍기는 아버지는 어딘가로 화를 쏟아내며 소리쳤고, 어머니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막아섰다.
“아이 앞에서 이러지 말아요!” 어머니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떨렸다.
“네가 뭘 알아? 내가 얼마나 힘든데!” 아버지는 흔들리는 걸음으로 어머니를 향해 다가갔지만, 어머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순간, 어머니는 유진을 향해 몸을 돌려 말했다.
“유진아, 방에 들어가 있어.”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고, 유진은 어머니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문틈으로 들려오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언성이 두려웠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유진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또 술에 취해 들어오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유진을 방 한구석으로 데리고 가 조용히 안아주며 속삭였다.
“무서워하지 마, 유진아. 엄마가 여기 있잖아.”
어머니의 품은 작은 성벽 같았다. 아무리 세상이 무섭고 혼란스러워도, 어머니의 두 팔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유진은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나 엄마랑만 있고 싶어.”
“그래, 우리 아가. 엄마가 너를 항상 지켜줄게.”
그러나 그 약속은 오래 지켜지지 못했다. 아버지의 잦은 술주정과 폭언 때문이었을까? 어머니가 떠나던 날 유치원에 맡겨진 유진을 저녁 늦게까지 아무도 찾지 않아 할머니에게 연락이 되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무척 화가 나 계셨고 유진을 안고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유진은 왜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가 자신을 찾으러 왔는지 영문도 모른 채 불안해했고, 한참 뒤에야 어머니가 떠난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늘 어머니가 그리웠던 유진.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도 유진은 따뜻했던 그녀의 손길과 목소리를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