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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by 구르미

나는 늘 바빴다. 아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뇌경색으로 쓰러진 친정엄마를 모셨고, 병원비, 교육비, 생활비, 그리고 팬데믹 이후 무너진 경제로 인한 부채까지.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갔다.

아침에는 가족들 밥을 챙기고, 엄마의 약을 확인하고, 병원에 모시고 다녀야 했으며, 새로운 일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을 때마다 달려가서 일을 했다.

일터에선 쉬지 못했고, 퇴근 후에도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그렇게 잠잘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며 피곤하다고 느낄 때마다 커피를 마셨다.

한 잔, 두 잔, 세 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커피를 마셔도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늘 피로했으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숨이 차올랐다.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계단 몇 개만 올라가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팔이 저리고,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여느 때 같으면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고도 최대한 버티다가 연말이나 되어서야 겨우 병원을 찾는데,

이번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앞서 당장 병원을 찾아 절차대로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걱정했던 소화기계통의 질환은 모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유방초음파 결과 정밀검사를 해 보라고 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밀검사 결과를 받고 조직검사를 하자는 말에 ‘무슨 일 있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에이 설마’라며 안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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