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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들 속에서

by 구르미

"유방암입니다.“


조직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을 때, 비로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감했으며,

이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의사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치료비는? 아이들은? 엄마는? 회사는? 머릿속이 뒤엉켰다.

남편은 나보다 더 긴장한 듯 보였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보였지만,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남편이 건네는 위로의 말 한마디에도 분노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일이다.


그날부터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혈액검사, 방사선, CT, MRI… 끊임없이 검사를 했다.

결국 수술 날짜가 잡혔다.

수술을 앞둔 날, 집은 엉망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아이들은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어렴풋이 느끼는 듯했다.

친정엄마는 나보다 더 걱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내 앞에서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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