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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위로, 두려움

by 구르미

찬바람이 스쳤다.

수술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이 얼어붙었다.

낯선 기계음이 울려 퍼지는 복도, 차갑게 반짝이는 의료 기구들, 푸른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들.

모두가 익숙한 듯 분주했지만, 나만큼은 이 공간이 너무 낯설고 무서웠다.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하얀 형광등이 눈부시게 빛났다.

몸은 준비되어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문을 지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괜찮을 거야."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따뜻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료진이 침대를 밀기 시작했다.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남편의 얼굴이 멀어지면서 밝은 수술 등이 나를 삼켰다.


수술 후,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밀려오는 통증,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

몇 번이고 울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감정마저 마비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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