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선포.
달랏생활 시작한 지 8개월 차
일을 시작하고 생활한 지 6개월 차
베트남 생활 8년 차
수식어를 붙여보면 숫자들의 제법 높다.
그렇지만 늘 이방인 인건 변함이 없다.
여전히 베트남어는 잘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즐길만한 취미 생활이나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도 없다.
늘 함께하는 영원한 내편 환타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 바라봐 준다.
달랏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베트남에 다른 지역에 살 때보다 하는 일에서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조금 평이하다.
그래서 지루함도 나태로움도 조금 빨리 오는 곳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달랏에 도착하고 생활을 시작했을 땐
조금 다른 풍경과 들리는 소리에
이곳 에선 베트남이라는 생각 없이 잘 지내보자.
조금 더 활발하게 마구마구 쏘다니던 내 모습을 다시 찾자.
했건만
8개월이나 지난 지금 의 내 모습은
그때보다 더 나태하고 소극적이 되어있다.
하나하나 소소한 행복감도, 안정감도 있는 달랏 생활이지만
여전히 나는 이방인이고 뭘 해도 자꾸만 겉도는 느낌이 늘 따라다니는 스트레스의 한 조각이다.
해외생활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이방인이라는 불안감이 아니라
뭔가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투명한 막이 쓰여있고
나는 그 막 바깥쪽에서 머리를 들이밀고 꾸역꾸역 살아보겠다고
매달여 있는 느낌이랄까?
잠시 동안 방문해서 여행을 할 때도
왠지 모르게 내가 이곳에 소속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곳이 있는데
베트남에선 정말 단 한 번도 그런 평온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은 베트남의 일반적인 생활상이 나랑 안 맞는데
꾸역꾸역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하고
또 어찌어찌 맞춰서 살아보려고 하니
그게 또 힘들다.
정작 내가 원하고 살고 싶어 하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직 어리다 어리다 소리를 듣고는 살지만
고독과 외로움이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나 같은 인생도
그 감정들이 더 짙어지고 콕콕 박히는 나이를 지나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인지
원래부터 머릿속에 생각들이 가득해서 곱씹기를 하루종일 해버리는 나 같은 성격의 사람이라 더 힘든 건지
요즘은 유독 외롭고 버겁다.
일이라도 잘 되면 돈 버는 재미라도 느끼면서 살 텐데
여행업이라는 게
들쑥날쑥도 심하고
지금 내 상황이... 처지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좋기는커녕
나를 비웃듯이 허무한 결과가 계속되는걸
성격 급한 내가 참 많이도 인내하면서 살고 있어서 더 힘든가 보다.
아침마다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억지로 엉덩이를 흔들면서
오늘은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억지로 마인드컨트롤 해본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스케줄 여유롭고
적당히 살만큼은 벌고
가진 건 없어도
가진 게 없어도
나름 괜찮게 살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도
나만 바라봐주는 환타가 있고
가끔씩 안부도 물어봐주고 보고 싶어 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다 있는데 불만이 많은 건 내가 문제인거지!!!!!!
하면서 하루하루 보내보니 8개월이다.
이렇게 1년, 2년 지나면
나는 그전에 내가 그렇게 별로라고 생각하던
해외생활 10년이 돼도 그 나라말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그저 그런 한국 아줌마 가 되겠지......
사람마다 어떤 계기로 인해
결심을 하고
그게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흐지부지 사라지는 일상에서의 작은 이벤트로 끝나기도 하는데
나는 오늘 이 글을 끄적이면서
이게 새로운 계기가 되고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모든 것이 사사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사건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사실 글쓰기에 최고의 장점 하나는 가지고 있는데
게으름에 용기가 없음에
나를 너무 낮게 본 탓에
시작도 안 하고 머릿속에만 그득한 에피소드들이 아쉬워
그냥 한번 써보려 한다.
나에게는 어이없던 일
베트남이라서 겪어야 하는 일
뭐 이런 일이 있어? 할 정도로 나한테만 유독 일어나는 사건들 까지.
베트남에 살아본 사람들은 공감할 얘기들과
베트남이라서 불가능한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데
그 많은 에피소드를 말할 곳이 없어서 그런가...
나 같은 수다쟁이는 세상 답답한데..
수다 떨 곳이 없으면
손가락으로 수다 떨어야지 하는 맘을 오늘 아침에서야 가졌다.
누군가는 글을 잘 써서
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브런치
이제부턴 난 수다 떠는 공간으로 사용할 테다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앞으로 저랑 수다메이트 합시다.
제가 자주 와서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쏟아부을 테니
마음에 드신다면 자주 와서 들어주세요.
대단히 전문적인 글을 멋들어지게 써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거든요
그럼
다음 약속에선 자세한 이야기 할게요.
오늘은 여기까지.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