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브리나 Mar 30. 2021

끝나지 않고 들리는 그 소리

이 소리는~

호이안 안방 비치 그야말로 시골 어촌마을이라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무가 있고

그 환경 덕분에 많은 생물들이 공존한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통화라고 할라치면

으레 지금 들리는 소리가 새 소리야?

라고 할 만큼 여기저기 지저귀는 새 도 많고

조금 습한 날이면 2층 창문까지도 올라오는 손바닥만 한 개구리 하며

마당 곳곳에 숨어있는 두꺼비들

풍뎅이가 날아들어와 뒤집혀 파바밧 하는 날개소리를 요란하게 내는가 하면

집에 있는 작은 웅덩이 같은 연못에는 손톱만 한 다슬기들이 열심히 살아간다.

비가 오면 온 집안 창문에 붙어있는 주먹만 한 달팽이들 도 처음 보면 굉장히 놀랍다.


그래서인지

조용한 집에서 고요 를 느껴본 적이 없다.


일단 아침이고 새벽이고 차량 맞은 저 닭은 시간을 모르고 울어댄다.

혹시 닭이 목이 쉰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며칠 동안 뭐가 그리 억울한지 꼬끼오~!!! 하고 밤낮을 쉬지 않고 울어대면 

곧 목이 쉬어 며칠은 컥컥 거리는 소리만 나고 조용하다.

그때가 제일 좋다.

하지만 닭들의 쉰 목은 2일을 넘기지 않고 보다 더 우렁차게 바뀐다.


저 앞집 달마시안 강아지는 기운도 넘치는지

하루 종일 마당에서

정말 쉬지 않고 울어댄다.

짜증이 날만큼 안 쉬고 울어대다가

밤이 깊어지면 잠을 자는지 조용한데

밤이 깊어지기 전까지는 1분도 쉬지 않고 울어댄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컴플레인으로 인해서 다른 동네로 보내졌을 텐데

컴플레인이란 걸 거의 하지 않는 베트남 사람들은 그냥 동네에서 의례 들리는 소리처럼 듣고 넘긴다.


그럴 법도 한 게,

아침 5 시터 안방 비치 스피커에서는 탄 포 호이안 (호이안시)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우렁찬 라디오 방송 소리가 한 10시까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가라오케 소리는 이제 말하기도 지겹다

그저 다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지겨움에 TV라도 볼라치면 소리를 써라운드로 쩌렁쩌렁하게 틀어놔야 하는데 그마저도 결혼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모든 방송이나 책을 읽을 때

구슬프면서 오두방정으로 박자가 들어가 있는 그 필릴리 한 베트남 음악을 쌩 목소리로 질러대는 창법과 함께 인생의 BGM 인양 들어야 한다.


가라오케 소리와 라디오 소리가 없는 낮에는 그래도 조금 조용한 편인데

동남아 비둘기의 우는 소리와 시간 모르고 우는 몇몇 닭 소리가 간간히 나면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

서걱서걱

삐이익 서걱서걱

모든 창문과 문이 나무로 되어있는 내가 사는 이 집의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 소리

처음에는 나뭇잎들이 창문에 부딪혀 나는 소리인 줄 알고 창문을 이리 열였다 저리 닫았다.

나무줄기를 한쪽으로 몰아놓기를 반복해봤는데

계속 들어보니 나름대로 리듬이 있는 것이 벌레가 열심히 나무를 갉아먹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나는 창문은 거의 열지 않는 창문인데 

가끔 열어보면 어찌나 열심히 파먹었는지 창틀로 톱밥이 소복하게 쌓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방

조용한 오후 3시

호이안 안방 비치에서는

간간히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와

울다가 말다가 하는 닭 목소리

오늘도 열심히 나무를 갉아먹고 있는 벌레의 서걱거리는 소리

앞집 꼬맹이가 엄마랑 싸우는 소리

저 멀리서 들리는 누군가의 노랫소리

쉬지 않고 울어대는 앞집 개소리

마당에 있는 망고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작고 통통한 새의 지저귀는 소리

대각선 앞집에서 아저씨들이 술 마시며 대화하는 소리

뒷집에서 뭘 하는지 나무를 두들기는 소리

그리고 내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조용하고 고요한 서울 집에 내 방에선 절대로 안 들를 소리

언젠가 이 소란스러움이 그리울 날이 있을까?


태풍이 불어 비바람이 심하던 날 우리집 망고나무 아래 숨어서 비를 피하던 통통이 새 한쌍, 둘이 커플인지 매일매일 이 나무로 놀러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이안 안방 비치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