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 살아보기
작년 10월
2달여간의 락다운 이 끝나고 이사를 결정해야 했다.
모두가 공유하는듯한 이 동네를 떠나기는 약간 아쉬웠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듯한 그 느낌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외국인 이 로컬 동네에 산다는 것은 때로는 부담스러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골목 하나를 두고 모두가 그 골목을 내 집 거실처럼 사용하는 로컬 동네에서는
(베트남 은 저녁 시간엔 모두가 야외 식사를 하는 것이 베트남의 특성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거실문을 훤히 열어놓고 식사를 즐기기 때문에 골목을 산책하면 그들의 식사메뉴나 그 가족의 구성원까지 모두 알 수 있다)
외국인의 대한 그들의 잣대를 쉬이 알 수 있다.
모르는 것이 많아 보이니 일일이 알려주려 한다
물론 베트남 말로
영어를 하는 동네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들의 영어 수준이 얼만큼인지 상관없이 나와의 대화에 무조건 참여한다. (실제로 헬로, 땡큐,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데려와 장황하게 말을 전달하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베트남 말과 아주 쉬운 영어단어의 조합을 나는 못 알아들었고 그들은 나는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으로 결론 내렸다 ㅎㅎㅎ)
쓰레기 수거 비용이나 마을에 필요한 회비를 걷을 때에는 굉장히 선심 쓰듯이 "너희도 당연히 참여해야지?"라고 하면 굉장히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
실제로 마을 망년회 회비는 집집마다 20만 동이었지만 우리에게 받아간 돈은 인당 40만 동 ㅎㅎㅎ
비싸게 받은 회비가 미안해서 음식을 계속 챙겨주고, 좋은 자리에 앉게 한 뒤 시골? 에 있는 친인척이나 친구들과의 영상통화에 참가하게 하거나 우리를 배경으로 굉장히 많은 사진을 (동의안해도) 찍는다
그래도 정전 이라던지, 마을에 뭔가를 세일한다던지 그런 정보를 계속 알려는 주는데 사실.. 별로 영양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전이나 단수는 부동산에서 미리 알려주거나 메이드 아주머니가 미리 알려준다.
여하튼
외국인 세입자의 상황으로 집을 알아보는 일은 조금 귀찮은 일이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온갖 집 사진을 보내오는 부동산 에이전시와 대화도 조금 짜증 나고
아파트는 알아보지 않는다고 해도 온갖 아파트 사진을 보내 놓고 괜찮단다.
우리가 괜찮지 않다 라고 설명해도 계속 괜찮다며 보낼 수 있는 모든 사진을 보내주며 밤낮 할 것 없이 연락을 해온다.
조금 괜찮은 집이 있어서 약속을 잡으면 엉뚱한 집을 보여주면서 내가 선택한 집과 비교하며 선택한 집을 깎아내린다. 그래도 난 꼭 그 집이 보고 싶다고 하면 갑자기 오늘이나 방금 계약이 됐다며 더 좋은 조건의 집이 있다며 내 취향과 상관없이 날 끌고 다닌다.
말이 좀 통하고 일을 잘하는 것 같은 부동산을 만나면 보통 믿고 그 사람의 매물 중에서 고르는 편인데
그럴 경우 가격이 조금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집값이 내려간 건 사실이지만 우리처럼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들은 선택의 폭이 아주 좁아진다.
두 달 간의 락다운으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나 답답했고
다낭에 있어야 했던 이유 - 경제생활 이 딱 멈춰버린 지금
우린 우리를 위해서 언제까지 버틸고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조금 비틀어서 생각하기로 했다.
다낭과 호이안을 통틀어 가장 휴양지 같은 평화로운 곳
안방 비치에 집을 구해보기로 했다.
지역 봉쇄가 풀려 호이안으로 나들이를 갈 수 있던 첫날
우리는 지역 봉쇄 기간 동안 인터넷에 나온 꽤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에이전시 4곳을 시간차를 두고 미팅 약속을 잡은 뒤
아침 일찍 만발의 준비를 하고 안방 비치로 향했다.
하루에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안방 비치는 정말 작고, 대부분이 AirB&B 나 호텔을 겸하고 있는 집들이기에 생활을 하는 집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반면에 이런 집들이 여기에?? 할 정도로 골목골목 세련되면서 이쁜 별장식의 집들도 꽤 많았는데
귀신같은 웨스턴들은 코로나 상황이 심각단계가 되자마자 와서 계약들을 하고 살고 있는지
방금 락다운이 끝난 다낭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북적이지 않는 안방 비치는 웨스턴들이 수영복만 입고 돌아다닐 정도로 여유로웠고
다낭에서 호이안을 넘어올 적에 모든 인적 사항을 신고하고, 열체크, 코로나 검사 유무까지 확인받고 넘어온 것에 비해
마스크 자체도 우리만 썼을 정도였다.
여긴 코로나 가 없는 곳이구나
3명의 부동산과 그냥 그런 집을 10개쯤 본 뒤 마지막 한 명의 부동산을 더 기다리고 있으면서
오늘 집 구하기는 틀렸다
다시 가서 연락을 기다려야 하나 라고 생각했다.
10개 중에 3개의 집은 같은 집이었고
우리가 원한 곳이 아닌 동네로 자꾸만 데려가려는 부동산 업자들이 참 귀찮았다.
아니 짜증 났다
우리 가족이 원한 것은 참으로 간단했다.
방 2개 이상의 단독주택
수영장 Or 마당이 있는 집
안방 비치를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주방이 있는 집 (중요하다 빌려주는 용 집 주방은 거의 호텔 한편에 서비스로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 살림이 불가능하니까)
강아지 2마리를 키울 수 있는 집
일단 먼저 둘러본 7개의 집으로 따져보면
7개 모두 단독 주택이지만 주인집과 마당을 같이 쓰거나
주인집과 연결된 마당으로 되어있었다.
내 집 마당에 조금 번쩍번쩍 한 별장형 집을 지어놓고 울타리를 따로 두지 않고 관리를 하면서 사는 집들인 것이다.
이럴 경우 세입자의 프라이버시는 없고...
더군다나 마당이 오픈형이고 늘 문을 열어놓고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의 특성상
언제든 우리 소다, 환타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2곳의 집은 주방이 야외에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남편은 야외 주방도 괜찮지 않냐며 느낌 있다고 했지만
보통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나 이기 때문에
모기 문제를 들먹이며 죽어도 싫다고 했다.
(진짜 잘한 일이다. 그때 야외 주방을 택했다면 난 밥을 5번도 하기 전에 파업했을 거다)
마지막 부동산을 만나고 본 집들은 하나같이 다 고민을 할 만큼 맘에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다른 집 들보다는 가격이 높았다.
안방 비치에 나무집을 보고 마음에 들었지만,
안방 2의 집이 있다고 해서 또 보러 갔다.
안방 2는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인데 정말 작지만 세련된 동네로 복작복작한 안방 비치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느낌의 여유로운 동네인데 집들이 정말 으리으리했다.
안방 2의 집도 꽤나 예뻤다.
사실 안방 2에서 눈여겨보던 집이 한집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바로 어제 계약이 됐다고 하는데
한국인이 계약했다면서 집을 같은 주인의 앞집을 보여줬는데 약간의 차이가 우리가 원하는 것 하고는 달랐다.
혹시 또 가짜 매물인가? 싶었지만 그 집이 이사 중임을 보고 나니 더 아쉬웠다.
그렇게 10집을 보고 갑자기 연락 온 다른 부동산 업자의 집까지 보고 나니
나무집이 우리에게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턴 부동산 업자를 통해 집주인과 계약 내용에 대해 상의하기 시작했다.
단기 임대로 엄청난 돈을 벌었었던 별장이기에 집값이 많이 내렸다지만 6개월 이상 계약은 힘든 것이 안방 비치 집들의 특징인데
알 수 없이 길어지는 코로나 상황에 집주인이 큰 결심을 하고 우리에게 1년 계약을 해준다고 했다.
다만 보통 6개월 계약보다는 1년 계약이 더 저렴한 것에 비해서
우리는 성수기가 계약기간 안에 있기에 6개월은 원래 가격으로 나머지 6개월은 달마다 10만 원 돈을 추가해서 계약하기로 하고
강아지를 키우는 것 을 허락한 것 까지 확인하고 나서 계약을 진행했고
그렇게 우리는 호이안 안방 비치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6개의 큰 망고나무가 있고, 작은 연못이 있으며
나무로 지어진 방 3개짜리 2층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이사를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뭘 하고 살아갈지를 꿈꿨다.
매일 아이들하고 바닷가로 뛰어나가서 산책을 아니 조깅을 해야지
우리 소다 환타가 좋아하는 수영 원 없이 하면서 나도 좀 까맣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지
매일 바비큐를 하겠다고 약속한 남편과 함께 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지
이웃이라고 해봤자 5집이 전부인 작은 골목에서 그동안 과는 다르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지내봐야지
그렇게 장대한 계획을 세우고
미리미리 이삿짐도 싸고 그리고 이사 환경이 조금 안 좋아 고생할 것이 명백한 호이안으로의 이사에서 필요한 것을 미리미리 구입하기 위해 마트를 열심히 다니고
드디어 10월 5일 우리는 호이안 안방 비치로 이사를 했다.
모든 짐을 옮겨놓고 나니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장대 같은 비에 미쳐 다 들여놓지 못한 용품들이 홀딱 젖었지만 어차피 한번 세척을 해서 사용할 것들만 마당에 놓았으니까..
내일부터는 맑았으면 좋겠다.
하면서 호이안 안방 비치 말로는 휴양지
실제로는 시골 어촌마을 에서의 첫날이 저물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버틸수 있을지
끝날것 같으면서 끝나지 않을것 같은 이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어
본업으로 돌아가 다시 미래를 꿈꾸는 베트남 생활을 이어갈수 있을지
주변인들이 떠나고 버티고 있는 사람이 별로 남지 않은 이곳에서 우울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떨치기 위해
그리고 얼마가 됐던 이곳에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곳에 사는 것을 즐겨보기 위해 한 결정이기에 하루하루 가 더 소중하고 행복한 호이안 생활이기를 바라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