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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Jan 18. 2022

내 안으로 침잠하기

우울감에 빠져있는 요즘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설레던 것도 잠시,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우울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상 중에 스치는 많은 감정들, 정확히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의 매일 같이 피곤하고, 때론 무기력하며   없는 분노가 치솟다가 가라앉길 반복한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느새 깊은 구덩이가  앞에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저길 들어가면 안 되는데. 알면서도  깊은 어둠을  순간, 이미 잠식당하고 만다.


정확히 원인을 꼬집어 말할  없다. 나쁜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자꾸만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고  안으로 파고든다. 아이가 있는 삶은 싫든좋든 동요와 우스꽝스러운 춤과 말장난이 난무해서 웃기 싫어도 웃음이 삐져나올 때가 있다. 순수한 행복을 끼는 순간이 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으니까. 매일매일 집안일과 남편과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자꾸 어딘가 소모되는 기분이 들고, 그게 쌓이다 보면 유체이탈 상태로 일상을 살아내며 영혼은   어디 깊숙한 곳에 박혀 버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남편과 아이 탓을 하는  아니다. 일상 중에 쌓이는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불능 상태가 되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고여있는 머리를 환기시킬 방법이 그래도 여러 가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장소에 가서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시킬  알았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 에서는 그게 어렵다. 장소 탓인 것도 같고 상황 탓인 것도 같고  탓인 것도 같다. 자꾸만 나는  안으로 고립되어 가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 아주 바쁘지 않았던 시기마다, 다소 그랬던 것 같다. 내 기질이 그렇다는 뜻.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날 발견해주고 위로해주고 구원해주길 바랬다면, 과장일까. 이제는 그런 헛된 기대는 품지 않는다. 대신 내가 날 돌볼 수밖에. 이게 잘하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이럴 때일수록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갖지 못했던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글을 쓴다. 나의 마음에 대해. 어렴풋하던 감정을 글로 풀어나가다 보면, 시원한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고 또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 내가 내 상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환기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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