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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mominhanoi Jun 25. 2020

그저 나 혼자

뻑뻑한 일상을 물 없이 삼키고 있다

가끔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곤 한다.
 
매일 저녁 잠깐이나마 얼굴을   있던 남편은 이제 3000km 떨어진 타국에 있다. 휴대폰 영상으로 가끔 생사를 확인할 뿐이다. 애틋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일상에서 멀어지는 기분을 지울  없다. 한국에 있으면 친구라도 자주   있을  알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각자의 삶으로 인해 얼굴   보기 쉽지 않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카톡으로 끊임없이 이어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톡을 보내기  한참머뭇거리다가 그만두기가 일쑤다. 바쁜 삶을 사는 그들에게 자칫 방해가 될까 싶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나름 외로움, 고독과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이십 대에는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같다. 외롭다고 신세 한탄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주로 연애에 대한 고민이었고  투덜거림을 들어줄 이가 많았다. 전화 한 통이면 달려올 친구가 있었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궁금해하는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혼자. 뻑뻑한 일상을  없이 삼키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 재밌게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도 하고 싶고, 혼자 맛있게 해먹은 점심밥 이야기도 하고 싶고, 미치도록 사랑스럽지만  터지게  안 듣는 아이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나눌 사람이 없다.   감정  과잉상태가 되면 인스타그램에   적어보기도 지만 그것도 청승맞아 보여 금세 지워버리고 만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나?  감정,  외로움, 어떻게 해소하며 사는 걸까. 
 
얼마  영화 <다가오는 것들> 보았다. 중년 여성인 주인공은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평범하지만 부족할  없는 삶을 산다고 믿고 있을 , 남편이 외도를 고백하며 집을 떠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책의 출판마저 무산되고 그녀를 밤낮으로 찾던 어머니마저 숨을 거둔다. 이미 아이들은 그녀의 곁을 떠난 지 오래. 그녀는 좌절하고 흔들리고 외로워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교실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묵묵히 일상을 살아간다. 그녀에겐 철학이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내게도 그런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부가 되면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낸다. 사실 살갑고 다정한 남편, 마음 통하는 친구의 존재는 감사하긴 하지만 중요한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삶을 짊어지고 가는 것은  혼자니까.  혼자서도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무언가에 기대어. 영화 주인공처럼 철학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에겐 취미생활 혹은 반려견, 식물일 수도. 나에겐 어쩌면  읽기와 글쓰기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단단한 일상을 살고 있을 ,  옆에 누군가 다가오면 지금보다 넓고 포근한 곁을 내어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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