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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Jun 03.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님에서의 산책


도시의 얼굴은 찬찬히 보아야 아름답다.

님의 시장이 서는 날이라는 말을 듣고 산책 겸 나섰다.

로컬마켓 같은 분위기의 시장은 따뜻하고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기차역에서 이어진 공길이 청량하다. 연두색 잎새가 봄 하늘을 가리고 물소리가 잔잔한 수로는 시원한 바람 이 된다.

직물 산업이 번성할 때 공업수 공급을 위해 수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아레나의 둥근 얼굴이 투우사의 고개 숙인 입상을 앞에 두고 요요하다.

검은 시간을 입고 더러는 상처를 꿰매고 천년을 바라보는 하늘은 어떤 것일까.

멀지 않은 곳의 카레성채밤이든 낮이든 무심히 내어주는 그늘과 무릎이 하얗게 닳아있다.

지난밤에도 카레성채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근처의 레스토랑에는 바의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밤을 맞이하는 불빛이 아름다웠다.

젊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이기도 한 듯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길고 긴 이야기를 듣고 보고 이어가는 님의 거울이다. 금요일의 장터에는 잔잔한 소요를 배경으로 원색의 과채와 고기와 빵들이 힘껏 냄새를 올린다.

 오랜만에 단물이 흠뻑 든 딸기를 사고 호박과 토마토를 사서 돌아왔다.

오자마자 딸기를 씻어 다 먹어버릴 정도로 흡족했다. 시골이라면 시골인 이곳 님의 거리에서 어떻게 길을 건널까 망설일 때, 도와줄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는 할머니에게  제대로 감사의 표현을 다 못한 것이 걸리는 산책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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