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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Jun 30.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칼랑크


 칼랑크 가는  배를 타다.

부지런히 줄을 서고 바쁘게 탑승했다.

배가 하나만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11시 배가 두척이다.

처음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서 두 시간을 서서 오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잠시 후 다른 배가 사람들을 태운다.

심지어 여유롭기까지 하다.

가운데 끼어 바다도 못 보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사라지고 뱃머리 명당에 자리를 차지했다.

실내의 좌석도 남아돈다.

바람이 차갑고 세게 불어오는 곳이지만 완전무장하고 앉았다.

아마도 손등만 까맣게 탈것이지만 상관없다.

매표소 앞에서 새치기하던 중국인들 무리가 소란스럽게 등장한다. 나의 시야를 가리며 점점 내 자리로 밀고 오길래 같이 밀었다.

유럽 여행 다니며 익히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여하튼 나는 자리를 지켜냈고 두 시간 동안 바람과 바다와 하늘을 몽땅 가질 수 있었다.

마르세유 항구를 출발하며 성당이 보이는 언덕과 멀어지는 성곽이 아련하다.

바다는 육지와 멀어지며 다른 우주가 되는 듯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르름이 태양을 안고 길을 내어 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이프섬을 지나며 섬이 지닌 그림자는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의 목적이 무엇이었건 스토리의 힘은 막강해서 이프성과 바다를 함께 삼켜버린다.

햇살이 뜨거워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칼랑크로 달려가는 뱃머리는 파도의 청량함으로 빛난다.

바다나 호수의 좁은 물 어귀라는 뜻의 '칼랑카'에서 유래된 이름이 마르세유와 카시스를 잇는 칼랑크 국립공원이다.

석회암 절벽과 작은 해변, 지중해 바다와 소나무 숲으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대중에게 개방되지는 않지만 선사시대 벽화가 남아있는 동굴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이킹 코스도 유명하고 워킹투어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험한 지형과 만만치 않은 루트에 자신이 없는 나는 보트 투어를 선택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2시간의 여행이 다른 세상으로 다녀온 듯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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