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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Jul 07. 2024

돌아 나오는 길

리옹


트램을 타고 싶다.

리옹의 역 앞 트램이 새벽 5시경 조용히 달린다.

문득 새벽의 사람들과 밝아오기 시작하는 도시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삶을 일구러 가는 사람들. 조용하고 빠른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 어젯밤의 소요가 잠들어 아직은 깨지 않은 거리의 민낯을 만나고 싶다.


몸이 아픈 후라 리옹에 도착한 후 침대에서 먹고 마시며   쉬었다.

 일찍 잠이 들었고 새벽에 일어났으니 잘 쉬고 일어난 것이다. 몸도 가볍고 의욕도 생긴다.

가끔 이런 날은 우주에 혼자 떠 다니는 기분이 든다. 엉뚱한 욕심으로 스스로를 고생시키는 어리석음을 알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편견 없는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모르는 것도 많고 겁도 많은데 이렇게 은근히 고집을 부리며 세상을 다니는 스스로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뭐 하려고?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쩌면 그것을 알고 싶어서 이러는지도 모른다.

도무지 합리적이지 않는 목적과 실행의 과정에서 아무런 변명거리를 찾지 하는 것이 여행인가. 아니면 이렇듯 모호하고 어중간한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가.

무거운 삶과 언어와 단단하고 완벽한 생각과 문장이 버거워 도피 중일수도 있겠다.

여행이 길어지면 결코 쉬려고 온 여행이 아님을 알게 된다.

더 많이 걸어야 하고 더 멀리 가야 하며 더 무거운 짐을 등에 메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마음만은 허술하고 가벼워지니 감사하다.



익숙한 편안함과 안전을 뿌리치고 긴장의 선로를 날마다 달리는 여행의 종착지가 보이는 날이 오기는 할까.

리옹의 강변에서 잠시 긴장을 놓고 주저앉아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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