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길이 되고 꿈이 되었다.
그 길은 날마다 길어지고 다듬어졌다.
곧은길이 될 수 없어 휘어져도 어디에 닿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길이 되었다.
어느 날의 출발은 현실이 되고 책으로 배운 춤처럼 막막한 사면을 더듬어 나아갔다.
하얀 시간의 경계를 넘어 그곳에 도착한 날은 길고 어두운 알의 시간을 깨고 나온듯한 아침이었다.
무거운 짐과 아슬한 목적지 사이에서 어설픈 경계태세로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낯선 아름다움에 빠진 여행자가 보인다.
떠나야 하는 날이 오면 잠시라도 나의 여정을 품어주던 숙소를 정리한다.
처음 온 날처럼 있던 곳에 소품을 제대로 두고 치울 것은 치워두고 침구도 최대한 정리한다.
잠깐 외출하는 날인 것처럼.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 돌아보면 영화가 된 며칠간의 시간들이 투명하게 앉아 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돌아와 이 장면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을 인사로 대신한다.
늘 그곳의 아침을 생각하면 두고 온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목이 마르다.
아마도 나는 그곳에 그 무엇도 아닌 그 아침의 경이롭던 나를 만나러 가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