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와 머리서기
오늘은 토요일, 보통은 이태원 밀밀아 요가원에서 2시간 하타 특강을 듣는 날이지만, 어젯밤 머리가 빙빙 돌 때 못 가겠다고 예상했다. 술 먹고 잠 잘 자는 사람 있을까? 나는 잘 못 잔다. 밤새 목 마름과 쉬 마려움을 반복하여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 오늘은 요양 데이로 정한다. 물론 난 지난 3주가 모두 요양 데이였다.ㅋㅋ 눈을 뜨니 8시. 충분히 샤워하고 옷 입고 10시 요가 수업 갈 수 있을 시간이라 잠시 고민하였지만, 'nope, ' 루틴보다는 intuition에 의사 결정을 위임하기로 한다. 휴직하며 연습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그때그때 직감에 의사 결정을 맡기는 것으로. 그러면 조금 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한 순간 한 순간 맞이 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난 아직 루틴과 일정 그리고 머릿속 'shoulds (해야 하는 것들)'의 노예이다.
오늘 오후에 뭐 했지? TV 좀 보다가, 낮잠 좀 잤다. 그래도 1일 1 요가는 해야겠다 싶어, 집 앞 선데이나마스테 (썬나) 오후 3시 요가를 신청한다. 썬나는 이제 내 요가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2년 이상 꾸준히 다닌 곳인데, 본가에서 다닐 때에는 왕복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닐 정도로 썬나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 살 고 있는 아파트 계약을 바로 한 이유 중 하나도 썬나와 5분 컷으로 가까워진다는 점! 그래서 이제는 이불에서 굴러 나와 요가원에 도착하는 편리함을 매일 누릴 수 있다. 물론 요즘은 더 멀리 요가원 다니느라 바쁘긴 하긴 말이다. 썬나는 힙지로 인쇄소들이 빼곡한 골목 4층에 있다. 주변 인쇄소들은 주말이건 밤늦게이건 바쁘게 늘 무엇인가를 찍어내고, 특유의 석유/플라스틱 냄새를 품긴다.
오늘 수업은 무더위 때문인지 나 포함 2명이서 수련하였다. 머리서기가 주제였는데, 벽 없이 머리서기 올라가는 것은 쉽게 하지만, 부동으로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이것은 신체적인 것보다 분명 멘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거꾸로 있기 때문에 무섭다. 떨어질 때 벽이 없기 때문에 앞 구르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두렵다. 또 많은 아사나는 완성을 하면 어떤 신체 부위에 기대서 약간의 치팅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다운독에서 어깨에 기댄다든가, 극락조에서 묶인 팔 힘으로 자세를 유지 한다던가) 머리서기에 올라가면 기댈 곳 이 없다! 어깨와 팔뚝은 이미 타 들어가고 있고, 코어에 집중이 조금만 흐려지면 바로 무너 진다. 오늘 첫 시도 1분 유지 후 이미 나의 팔은 버닝 업! 두 번째 시도는 올라가자마자 떨어졌다. 하타 요가는 부동이 중요하다 보니, 어떤 요기니 분들은 머리서기 10분씩 하시던데... 오늘 수업에서는 돌핀 변형과 돌핀에서 머리서기로 이어 갔는데, 보통 무릎 꿇고 앞팔로 삼각형 만들고 시작하는 터라 접근이 인상 깊었다. 다음에 연습할 때에도 돌핀에서 진입해 봐야겠다. 또 오늘 소규모여서 그런지 선생님이 많은 핸즈온을 해 주셨는데, 흐억 제 다리는 그곳에 갈 수 없는 곳까지 꾹 꾹 눌러 주셔서 신세계였다.
수업이 끝나고 함께 하시던 도반님께서 수줍게 다가오시더니, '혹시 요가복 브랜드 알 수 있을까요?' 여쭤보신다. 내가 윗옷을 가리키니 둘 다 알고 싶다고 하셔서 열심히 알려 드렸다. 그러니 선생님도 동참하여 착장 칭찬 시작! 당황하여 부끄러웠지만 당연히 flattering 하였다. 심한 요가 덕질 중이라 요가복 개미지옥에 빠져있는데, ㅎㅎ 알아 봐 주셨군! 조만간 요가복/브랜드 리뷰도 해 볼까나? 오늘 나의 착장은 잇존탑과 오즈이즈 부츠컷 바지. 칭찬받은 김에 머리서기 복습 사진 공유! 무릎 굽히지 않고 기역자로 올라가는 것과, 올라가서 골반 유지 하며 무릎 굽히는 것 연습. 무릎을 굽힌 발을 점점 밑으로 떨어 트리면 머리서기에서 우르드바 (활 자세)로 연결이 가능하다. 최근에 선생님이 잡아주셔서 연결하였는데, 아직 혼자는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