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러닝
오늘은 8:30에 기상. 요즘 평균 10시간 이상 수면 하는 터라 일어나면 허리가 좀 뻐근하다. 몸을 일으키고 어젯밤 숙성 시켜 놓은 빵 반죽을 확인한다. 점심에 만날 직장 동료에게 나의 수제 빵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반죽해 놓았다. 벌써 Sourdough Loaf 만 세 번째 만들고 있는데, 이제 순서가 좀 익숙해져서 오븐부터 킨다. 윙윙 돌아가는 오븐 소리에 시작되는 찻자리. 매일의 아침을 여는 루틴이다. 요즘은 보이차에 빠져서 늘 보이차를 먹고 있다. 맛있게 먹던 생차를 다 마신 터라 오늘은 숙차.
안국 계동길 북촌 요가원으로 향하는 경삿길을 올라가다 보이차 전문점이 보여 들른 끽다거에서 숙차 하나, 생차 하나 샘플로 샀었는데, 나에게 생차 맛을 알려준 고마운 차가 되었다. 언제쯤 또 가면 생차를 병차로 사고 싶었는데, 북촌 요가원이 그 새 문을 닫는 바람에 (!ㅠ) 어젯밤 온라인으로 주문하였다.
생차가 당기지만, 없는 데로 숙차를 즐기며 홀짝홀짝 행복한 아침이다. 나는 차를 제주도에 있는 요가, 명상, 차 센터 취다선에서 배웠는데, 수년 전 겨울 그해의 마지막 날들을 그곳에서 보냈었다. 도착한 날은 폭설로 비행기가 한참 연착 되어 해가 다 지고 도착 하였는데 리셉션에 계시던 사장님께서 버스 정류장까지 데리러 와 주셔서 엄청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소리와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한기에 오들오들 떨며 괜히 왔다고 후회했는데, 그때의 여행이 너무 좋아 울적할 때마다 방문하게 되어 몇 해째 장기 투숙하는 단골이 되었다.
취다선의 명상/요가 수업도 좋지만, 방문할 때마다 제일 기대되는 것은 차실 이용이다. 취다선은 제주에 있기 때문에 제주산 녹차와 홍차를 내어 주시는데 그때 마신 제주 홍차, 홍련은 나의 최애 차가 되었다. 홍차는 아주 뜨겁게 마셔야 제 맛인데, 찻잔에서 피는 향이 마치 비가 잔뜩 온 후 숲 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향 같다. 그때 그곳에서 찻잔 속 차색을 바라보다 눈을 들었는데 창밖의 풍경이 황량하며 또 넓고 아름다운 것이 나를 감동케 하여 눈물이 죽 낳던 경험이 있다. 힘들었던 겨울이었던 터라 고요한 차실과 값진 차와 풍경이 나를 많이 위로해 주어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혼자만의 차생활은 많은 위로가 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우리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종묘의 뷰를 즐기며 차를 즐긴다.
따끈따끈한 빵들을 쇼핑백에 담아 종로에 향한다. 회사 십분컷에 사는 터라 휴직 이후에도 회사 근방을 늘 맴도는데 오늘은 우리 회사 사람들의 단골 점심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 점심을 먹는다. 회사 소식을 조금씩 들으니 스멀스멀 스트레스와 복직 이후 고민들이 올라왔지만, 뭐, 내가 먹자고 한 점심이니 맛있게 먹고, 오후에는 엄마와 쇼핑을 하러 백화점에서 만난다. 올해 옷쇼핑을 거의 안 했더니, 오랜만에 만난 브랜드들이 반가웠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아름다움'인데, 좋은 옷, 좋은 브랜드를 경험하면 아름다움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서 값지다. 오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착장은 마르니의 카디건과 발렌시아가의 카디건. 패션계에서 8월은 가을이기 때문에 예쁜 가을 옷을 잔뜩 입어 봤다. 두 피스들은 가격대가 좀 나가기 때문에 선선해질 때까지 고민해 봤다가 계속 눈에 아른 거리면 살 것이다.
오늘 구매한 것은 복직하면 입을 반팔 재킷과, 청바지. 내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이긴 하여 청바지를 좀 많이 사모으는 경향이 있는데, 아니 뭐! 입었을 때 너무 예쁘면 사야 하지 않나? 오늘 산 청바지는 Bernice라는 지나는 가봤지만 구매는 처음인 브랜드의 통자 청바지. 옆 메음세를 따라가는 웨이브 스티칭이 포인트인 바지다. 유후 가을에 가죽잠바에 입으면 예쁠 것 같다.
쇼핑 마치고 맞은편 한의원 가서 침 잔뜩 맞고, 집으로 복귀. 월요일 저녁에는 러닝 레슨이 있기 때문에 아주 간단히 요기를 하고 여의도 공원으로 향한다. 해 질 녘 도착한 여의도 공원은 바람이 솔 솔 불어 기분이 좋지만, 습도 때문에 몸풀기만 마쳤는데도 땀이 흥건하다. 오늘은 인터벌로 스피드 트레이닝을 하였는데 1km씩, 총 3km를 5분대로 뛰기로 하였다. 처음 페이스는 5:30, 기분 좋았는데, 코너 돌고 바로 힘들었다. 저녁 먹은 게 나올 것 같았다. 여하튼 막판 스퍼트는 5:00까지 끌어올렸다가, 장전했다. 집에 돌아와서 맥주 한 캔 하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바로 knock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