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어깨서기
지난주부터 새로운 선생님께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선생님이 좋다. 십 대 때 2년 정도 꾸준히 심리 상담을 받았던 것이 내가 나를 잘 알고 수용할 수 있게 된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의 마음이 정돈과 뿌리 내림이 필요한 것 같아 찾게 되었다. 푹신한 소파 위에 몸을 맡기고 마음속에 있었던 고민들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 것 만으로 많은 해소가 된다. 이것은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은 나의 속도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가 매우 빠른 편이다. 결정도 빨리하고, 성공도 빨리하고, 실패도 빨리하고, 회복도 빨리 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야 자각하는 편이다. 상담 중 선생님이 반복하여 실패해 본 경험에 대하여 여쭤 보셨는데, 실은 인생에서 꽈당 넘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6년 차 직장 생활에 허덕이다 백기를 든 내가 실패일까? 목표했던 바를 초과 달성 하지 않았던 적이 드물다. 또는 넘어진 순간 회복과 해결책을 동시에 고안하기에, 바닥에서, 어둠에서 머무르지는 못 한다.
버킷리스트 만들어오기를 숙제로 내주셨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숙제 일듯 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만큼 뚜렷한 성공의 척도가 없다. 또 꼭 성공이 아니어도 꼭 이루고 싶은 그런 꿈 또한 없다. 그래서 때로는 어른의 삶이 꽤 시시하게 느껴진다. 뭐든 열심히 해 왔는데, 내가 이룬 것이 이런 굴레 인가? 어른이 된다고 어떤 영화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 것이 때론 실망스럽다.
심리 상담을 마치고는 하타 요가로 향한다. 오늘 수업은 신사역 차요가에서 들었는데, 선생님 특유의 충정도씩 사투리와, 안 되는 몸을 잘한다고 우쭈쭈 해 주시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몇 회째 가고 있다. 지난주에도 선생님이 머리서기에서 우르드바 연결 과정을 잡아 주셨는데, 오늘도 잡아 주셔서 엉겁결에 했다. 혼자 연습하면서 용기 내어 도전해 보고 싶다. 안전할지 우려가 되긴 하지만... 오늘은 어깨서기와 할라아사나 (쟁기자세) 변형을 오랫동안 했는데, 나에게 할라는 휴식의 자세일 정도로 편안한 자세인데, 이렇게 오래 목 뒤로 서있으니 더 이상 휴식의 자세가 아니었다. 특히 할라 변형 후 바로 내려가지 않고 어깨서기로 다시금 올라갈 때에는 아래 허리 줄기에 쭈뼛 쭈뼛 서면서 덜덜 떨렸다. 그래서 집에 와서도 잘 때까지 허리가 아주 묵직하니 뻐근했다.
요가까지 마치고 집에 오니,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