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훈 요가, 한주훈 맛집 투어
복직이 코 앞으로 다가와 불안하고 아쉬운 마음 붙들으려고 즉흥 제주 여행을 왔다. 표 끊고 다음날 출발! 하자마자 태풍으로 비행기 연착 되었지만 19,000원 주고 표를 산 터라, 그래도 싸다며 마음을 다스리고 동문시장 근방 숙소에 밤늦게 도착하였다. 피곤하였지만 익숙지 않은 곳이라 뒤척 뒤척 선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요가원을 향하니, 너무나도 가까워 아직 문 열기 전이었다. 이번 제주 여행의 목적 한주훈 요가원이다. 문 앞에서 기다리시던 도반님이 반갑게 말을 걸어주셨다. "저 처음 왔어요, " "저도요!" 두 마디에 엄청난 동지애가 쌓인 분은 창원에서 오셨단다. 수업 시작 오 분 전에 선생님께서 "샨티"라고 반겨주시며 문을 열어 주셨다.
파란색 바닥과 빼곡한 벽장들. 쌤은 내가 이전에도 와 본 사람이 아니냐며 (아니었음, 처음인데!) 반가우셨는지 가장 좋아하는 요가 포즈를 나만의 스타일로 해보라며, 갑자기 나 혼자 시범을 시키셨다. 부끄러웠지만, 가장 익숙한 아사나인 견상을 취하였더니, 그럼 가장 해보고 싶은 아사나가 무엇이냐고 여쭤보신다. 머리서기에서 우르드바로 연결하는 것이 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다른 도반님들과 쌤이 웃으신다. 그걸 하려면 부장가를 해야 한다며 해보라고 하신다. 이때까진 나 혼자! 하고 있다. 다른 도반님들이 몇 차례 더 도착하고 모두 함께 부장가 시작. 그렇게 계속 부장가를 하였다. 겨드랑이 안쪽이 아파왔지만, 지난 두 달 동안 하타를 집중 수련하며 들은 모든 큐잉을 머릿속으로 곱씹으며- 어깨 내리고, 겨드랑이 모으고, 치골 바닥에 누르고, 엉덩이에 힘 빼고, 허리는 위로가 아니라 앞으로 늘리고, 숨 쉬고, 발 등은 바닥을 누르고... 그렇게 계속 부장가를 하였다. 부장가도 단계로 나눠서 진화해 갔는데, 나는 쫄보라 늘 얼굴 앞에다 손을 대고 시작하는데, 허리에서 시작하시라고 하셨다. 허리에서부터 올라가면 나는 당연히 치골이 뜨지만, 호흡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부장가에서 내려오니 쌤이, 머리서기에서 우르드바는 6년 정도 수련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에게 거듭 지금 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자나 깨나 아사나 생각하면 6년이라고. 고기 먹고 술 먹으면 10년 걸릴 것이라고 하신다. 네, 네, 마음으로 새겨듣고 이어서 수업을 들었다. 마음은 늘 앞서 가지만, 나는 아직 하타 요린이! 괜찮다 :) 앞으로 오래오래 꾸준히 할 것이다. 수업 내내 초급자를 위한 가이드를 계속 주셔서 나는 무리하지 않고, 쉬어가며 수업을 따라갔다. 10년 이상 수련하신 달인 분들 구경도 틈틈이 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티타임. 시간이 멈춘 듯 느릿느릿 조용조용 흘러갔다. 몇 차례 간식 바구니가 돌고, 떡부터, 한과에 말린 과일까지 먹고 보이차도 몇 잔씩 먹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양옆에 도반님들과 낄낄 거리며 고양이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수다를 떨었더니 선생님이 셋이 같이 왔냐고 여쭤보신다. ㅎㅎ 오늘 만난 사이! 한 시간 넘게 차를 마시고 나니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간식을 그렇게 먹었건만, 나는 너무 배고프다! 창원 언니의 차를 얻어 타고 물회, 옥돔구이, 갈치조림 등 을 파는 동네 식당에 도착하였다. 오늘 수업에서만 16명이 식사를 가서, 아주머니 한분이 음식을 차려 주시는데 한참 걸렸다. 또 그렇게 모든 메뉴를 나눠 먹고, 디저트로 콩국수! 까지 먹고 비로소 점심 식사가 끝났다. 그랬더니 오후 3시다. 오전 수업은 10시 20분에 시작하였다.
식당에서 나오니 바다가 보이길래, 창원 언니와 함께 유후 레츠고! 커피 한잔 때리고, 용두암 근처 해변에서 바다 멍을 하였다. 오후가 되니 날도 개고 하늘이 파랗고, 기온은 높았지만, 바다 바람도 불어서 기분이 최고였다. 지하수가 가득 찬 얼음 같이 차가운 곳에서 물장구도 치고, 소라도 주웠다. 창원 언니랑 요가 사진도 찍고, 너무 재밌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화창한 날씨가 너무 아쉬워서 바로 수영복 챙겨 입고 바다로 갈까 싶었지만, 저녁 수련을 위하여 잠시 쉬기로 하고 샤워하고 일기 쓰기... 기분 최고조로 요가원에 도착하였는데, 이미 도반님들이 측굴을 하고 계셔서 순간 수업 시간 잘 못 안 줄 알고 당황하였으나 쌤이 "5분 후 요가 시작" 하신다며 안심 시켜 주셨다. 자리 잡고 측굴 3분 유지, 시선을 천장으로 올릴 때 이미 목이 뻑적지근하니 너무 힘든데... "자 이제 시작 해 보시죠" 라고 하신다. 오늘 수련은 측굴과 후굴이 있었고, 어깨서기에서 다양한 측굴을 하였다. 나는 일단 어깨서기에서 파드마 짜는데 한참 걸림으로 파드마를 가뿐히 거치는 연결 동작은 시간 상 건너 뛰고, 파드마에서 뒤틀기 포즈는 열심히 해 보았다. 뒷목은 유연한 편이라, 어깨서기나 한라(쟁기 자세)는 후굴에 비해서는 쉽게 접근 할 수 있었다. 어깨서기에서 세투반다(bridge pose)로 넘어가는 것이 생소하여, 혼자 앞으로 구르고 난리 쳤지만, 여하튼 어깨서기 변형 세트 완성! 부장가는 아침에 오래 해서 그런지, 느낌 상 저녁에 더 잘되는 느낌, 유후~! 그렇게 또 저녁 수련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오늘 하루는 한주훈 요가라고 해야 할지, 한주훈 맛집 투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정말 정말 배 부르게 먹었다. 저녁은 "바그닷"이라는 인도식 카레 집에 갔는데, 요가를 하고 가는 인도식당은 무언가 고전 그 자체였다. 한쌤도 아사나를 알려 주실 때 변형과 고전을 분별하여 설명 주시는데, 결국은 고전이여만 한다는 그의 철학과도 어울리는 식당 선택이었다. 저녁 식사에는 점심때 만난 서울에서 오신 하타 요가선생님과, 3년 전 제주로 내려오신 전라도 광주 출신 하타 요가선생님, 그리고 대구에서 오신 초등학교 교사 선생님과 한 테이블에서 먹었다. 요가 이야기, 한쌤의 티칭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 절절 신나게 풀어놓았다. 공통된 실로 묶여 있는 기분이라 소속감이 들고 즐거웠다. 쌤이 가져다 주신 막걸리도 한잔 하며 (일본 수출 용인데, 쌤은 이 막걸리만 드신다고 한다) 맛있게 먹었다. 도반님들과 터덜 터덜 거니는 제주 시내의 밤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오늘 나의 하루처럼 꽉 찼다.